"대기업 영업이익 증가할수록 하도급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감소"

입력 2020-11-02 11:06
"대기업 영업이익 증가할수록 하도급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감소"

조세연 "여러 기업과 거래하거나 업력 짧으면 영업이익 감소현상 없어"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때 하도급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줄이고 중소기업의 원활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발간된 재정포럼 10월호에 실린 '대기업-중소기업 간 하도급 관계를 고려한 중소기업의 성과 실증분석 및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나이스신용정보 기업정보데이터(KISData)와 한국개발연구원(KDI) 2013∼2014년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거래하는 하도급 중소기업의 성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원청 대기업의 매출과 총자산 증가는 각각 하도급 중소기업의 매출과 총자산의 증가로 이어졌으나, 원청 대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는 하도급 중소기업 영업이익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청 대기업의 매출이 1조원 증가하면 하도급 중소기업 매출은 평균 약 3억원 늘었다. 또 원청 대기업의 총자산이 1조원 증가하면 하도급 중소기업 총자산은 평균 약 1억원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원청 대기업이 1조원 증가할 때 하도급 중소기업은 평균 1억원 감소했다.

다만 하도급 중소기업이 10곳 넘는 원도급 기업과 거래하는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10곳 이하와 거래하는 경우에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협상력이 높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도 영업이익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업력이 10년을 초과한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났으나, 10년 이하 업력의 중소기업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가 오래됐을 개연성이 높은 장기 업력 기업이 영업이익 감소를 겪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건설업 하도급 중소기업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했고 서비스업 중소기업은 대기업 재무성과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장 연구위원은 "현재 하도급 관계에서는 적어도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 또는 하도급 관계의 성과와 연동된 낙수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도급 관계를 통한 중소기업의 성장에 대해 우려스러운 결과가 도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하도급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과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을 비교한 분석에서는 하도급 중소기업이 비하도급 중소기업보다 3억2천800만원가량 매출이 더 많았다.

총자산도 하도급 중소기업이 비하도급 중소기업보다 4억5천500만원 더 많았다.

그러나 수익성의 경우 하도급 기업과 비하도급 기업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장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하도급 관계를 맺은 중소기업이 매출액과 총자산 규모 등 단기적인 양적 성장에서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과 장기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수익성 측면에서는 하도급 관계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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