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염두에 둔 日야구장 2만8천명 '인체실험' 논란

입력 2020-11-02 09:36
수정 2020-11-02 09:37
도쿄올림픽 염두에 둔 日야구장 2만8천명 '인체실험' 논란

요코하마스타디움 정원 86% 채워…실내구장인 도쿄돔 실험도 추진

"최악의 타이밍에 실증실험…입장객 사전동의 받았나" 지적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당국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등을 염두에 두고 야구장 관람석을 80% 넘게 채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험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주는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해 감염 확산 대책의 효과 등을 파악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감염 확산의 갈림길에서 무리하게 인체 실험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현과 일본 상장기업 DeNA(디엔에이)는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사흘 동안 요코하마 디엔에이(DeNA) 베이스타스와 한신(阪神) 타이거스의 야구 경기가 열린 요코하마(橫浜)시 소재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실증 실험을 실시했다.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실시되는 것보다 많은 관람객을 입장시키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관한 요소를 분석하는 것이 실험의 개요다.

실험 첫날에는 정원의 51%가 입장했고 둘째 날은 76%, 마지막 날인 1일에는 2만7천850명이 입장해 경기장 정원의 약 86%를 채웠다.

현재 대형 스포츠 경기장에는 관람객을 정원의 50%까지만 입장시키고 있는데 실험을 위해 더 많은 이들을 들여보낸 셈이다.



주최 측은 해상도가 높은 카메라를 설치해 관객의 이동이나 마스크 착용 비율 조사하고 화장실·매점 등의 혼잡도 정보를 관람객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등을 테스트했다.

나카무라 히데마사(中村英正)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대회개최총괄은 1일 실험이 진행 중인 경기장을 시찰하고서 "실제 자료나 대응을 일본이나 해외에 있는 분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으면 내년에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불특정 다수를 한 장소에 모이게 하는 이번 실험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진 상황이라서 실험으로 인해 집단 감염 발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지 공영방송 NHK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1일까지 최근 일주일 동안 일본에서는 하루 평균 약 695명의 확진자가 새로 확인됐다.

직전 일주일 동안 하루 571명 정도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것에 비춰보면 감염 확산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와카미 고이치(川上浩一) 국립유전자 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 반대를 계속해왔지만, 최악의 타이밍에서 실증실험(감염 실험)"이라며 "이제 할 말이 없다"고 트위터에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실험의 대표자(책임자)는 누구이며 이번 실험이 해당 대표자가 속한 조직의 윤리심사를 받았는지, 피실험자(관객)로부터 사전 동의는 받았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함께 제기했다.

아이 4명을 키우는 여성이라고 밝힌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정말 이로 인해 감염이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고서 "감염된 관객 여러분은 목소리를 높여서 요코하마 스타디움의 인체 실험에 참가했다고 알리면 좋겠다"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비슷한 실험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7∼8일에는 도쿄돔에서 열리는 경기 때 역시 실증 실험이 실시된다.

요코하마스타디움은 지붕이 없지만, 도쿄돔은 지붕이 있는 실내형 경기장이라서 상대적으로 환기가 취약하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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