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사카市 폐지 '오사카도 구상' 주민투표서 또 부결
재투표 간판 정책으로 내세운 일본유신회 타격
유신회 대표 오사카 시장, 임기만료 후 정계은퇴 선언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인구 275만 명의 오사카시(市)를 폐지하고 4개 특별구(區)로 재편하는 '오사카도(都)' 구상이 5년 만에 다시 실시된 주민 투표에서 또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이 구상을 간판 정책으로 추진해온 우파 정당인 일본·오사카 유신회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오사카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오사카도 구상이 이날 주민투표에서 투표 참여자의 과반수 반대로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오사카시 거주 18세 이상 유권자 223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날 투표율은 62.35%를 기록했다.
같은 안건을 놓고 투표가 진행돼 1만여 표 차로 부결됐던 2015년 당시(66.83%)와 비교하면 투표율이 4.48포인트 떨어졌다.
오사카도 구상이 재투표에서 다시 부결됨에 따라 이 구상을 이끌어온 일본유신회 대표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시 시장과 오사카유신회 대표대행인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府) 지사의 정치적 위상이 약화하게 됐다.
유신회를 이끄는 마쓰이 시장과 요시무라 지사는 작년 4월 치러진 오사카 시장·오사카부 지사 선거에 자리를 바꾸어 출마해 당선한 뒤 5년 전 무산됐던 오사카도 구상을 다시 추진했다.
마쓰이 시장은 개표 완료 전인 이날 오후 11시께 오사카도 구상이 시민 동의를 얻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2023년 4월까지인 현 임기를 채운 뒤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투표에서 오사카도 구상이 부결됐을 때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당시 오사카 시장이 정계에서 은퇴하면서 마쓰이가 국정 및 지방 조직인 일본·오사카 유신회 대표를 모두 맡아 오사카도 구상의 부활을 모색했다.
요시무라 지사는 "부결을 선택한 주민 뜻을 존중하고 싶다"며 "내가 오사카도(都) 구상에 도전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표 결과는 오사카도 구상에 지지 입장을 표명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공명당에도 악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30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일본유신회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중행정 해소와 주민자치 확대·확충을 도모하기 위한 대도시 제도의 큰 개혁"이라고 오사카도 구상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5년 전 오사카도 구상에 반대했던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이번에 찬성 쪽에 섰다.
재추진된 오사카도 구상의 주민투표를 지난달 12일 공고할 단계에선 "오사카 부와 시가 따로따로여서 세금 낭비 요인이 많다"는 마쓰이 시장의 주장을 지지하는 쪽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투표일을 앞두고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26일 오사카시를 4개 특별구 체제로 개편할 경우 현재보다 오히려 이중행정이 심화해 218억엔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는 오사카시 재정국의 내부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와 관련해 마쓰이 시장이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된 책임을 물어 담당 국장을 질책하고, 담당 국장은 관련 수치가 날조된 것이라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대다수 유권자는 결국 오사카시 폐지를 통한 4개 특별구 재편 방안이 행정 낭비적 요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쪽으로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체 인구가 882만 명인 오사카부(1천905㎢)는 법정 인구가 50만 명 이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지정되는 정령시(政令市)인 오사카시(225㎢)를 비롯해 32개 시(市)와 10개 초(町), 1개 무라(村)의 행정 단위로 구성돼 있다.
이날 투표에서 오사카도 구상이 가결됐다면 오사카시가 2025년 1월 특별구 체제로 재편되면서 오사카부(府)는 4개 특별구와 주변 기초자치단체 체제로 바뀌어 23개 특별구와 주변 기초자치단체로 이뤄진 수도 도쿄도(都)와 같은 형태가 될 뻔했다.
현재 일본 광역단체는 1도(도쿄都), 1도(홋카이道), 2부(오사카·교토府), 43현(縣)으로 이뤄진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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