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설…'영끌·빚투'에 금융그룹 올해 최대 이익 전망
대출 증가·동학개미 덕에 이자이익·수수료수익 급증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 금융 그룹들이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초저금리 환경 속에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이 뜨자, 대출과 주식거래가 급증하면서 이자와 수수료 이익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실적 호조에 금융 그룹들이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코로나19 타격이 길어져 실물 경기가 더 나빠지면 대출 부실과 자산 시장 하강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 그룹들은 내년 이후를 대비해 충당금 적립을 늘리는 등 이미 건전성 비상 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 대출 급증이 이자 마진 축소 상쇄…KB·신한 첫 '1조대' 분기이익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 나란히 '1조원대'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거뒀다.
KB금융[105560]과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 기준)은 각 1조1천666억원, 1조1천447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각 24.1%, 16.6% 늘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이익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KB금융(2조8천779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보다 700억원 정도 많은 신한금융(2조9천502억원)도 1.9%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2조1천61억원)와 농협금융지주(1조4천608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각 3.2%, 4.8% 불어난 만큼, 지금 추세대로라면 5대 금융지주 중 상당수는 대거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BNK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보고서에서 "원화 대출이 성장하고 순이자마진(NIM) 하락 폭(2분기 대비)이 0.01%포인트(1bp)에 불과했기 때문에, 핵심 이자 이익이 크게 늘었다. 증권 자회사 실적 개선도 기여했다"며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전체 순이익도 역대 최대인 3조5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의 분석처럼,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역대급 실적은 늘어난 대출 이자와 계열 증권사 수수료 덕이다.
코로나19로 경영난, 생활고에 빠진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커지고 영끌·빚투까지 겹치면서 대출이 급증했지만, 올해 순이자마진 축소 폭은 작년 말과 비교해 평균 0.1%포인트(10bp) 안팎에 그치면서 코로나19 경제 위기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자 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그룹별 3분기 누적 순이자 이익은 ▲ KB금융 7조1천434억원(작년 동기 대비 4%↑) ▲ 신한금융 6조450억원(2%↑) ▲ 농협금융 5조9천604억원(1.1%↑) ▲ 우리금융 4조4천280억원(0.2%↑) 등으로 작년보다 대부분 늘었다. 하나금융(4조3천312억원)의 경우 0.3% 줄었지만, 감소 폭은 미미했다.
아울러 '동학개미운동'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도 금융 그룹 계열 증권사들에 주식 위탁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수익을 몰아줬다.
각 금융 그룹의 계열 증권사 3분기 누적 수수료수익은 ▲ KB증권 6천801억원(작년 동기 대비 59.5%↑) ▲ 신한금융투자 5천369억원(43.8%↑) ▲ 하나금융투자 3천952억원(37.8%↑) ▲ NH투자증권[005940] 7천315억원(63%↑)으로, 1년 새 40∼60% 급증했다.
우리금융그룹이 두 분기 연속 실적 순위에서 농협금융에 밀린 가장 큰 이유도 증권 자회사가 없어 증시 호황의 반사 이익을 놓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금융그룹 "코로나 장기화에 내년 실적 악화 불가피…선제적 충당금 적립"
그러나 현재 금융 그룹들은 올해 최고 실적을 자축할 겨를도 없이 내년 수익성, 건전성 악화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연체 등 대출 부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까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대내외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고, 이 경우 대출 성장에도 한계가 찾아올 것"이라며 "아울러 자영업자,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 차주(대출 주체)가 늘어나면 은행은 충당금 등을 더 쌓아야 하므로 NIM(순이자마진) 하락을 아무리 적극적으로 방어한다고 해도 실적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3분기 1천7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 전체 대출 대비 충당금 전입 비율을 2분기 0.12%에서 3분기 0.14%로 끌어올렸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선제적이고 정교한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도 "금융지원 종료 후 대손 비용 증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코로나 민감 차주(대출 주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연 신한금융지주 재무팀 본부장도 "3분기 일부 기업에 대해 220억원 정도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고,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도 세전 400억원 정도 추가 적립했다"며 "4분기에도 추가 적립이 이뤄질 것이고, 특히 내년 한계 기업 증가를 고려해 취약 영역을 찾아 선별적으로 추가 적립 요소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1조1천155억원)이 작년 동기보다 오히려 6.4% 감소한 이유도 선제적 건전성 관리 때문이다. 미래 손실을 가정해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는 등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을 1천114억원이나 늘린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 잠재적 부실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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