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여파에 공모주 개인물량 확대 '신중론'…공청회 연다

입력 2020-11-01 06:07
빅히트 여파에 공모주 개인물량 확대 '신중론'…공청회 연다

"개미에게 더 많은 기회줘야" vs "손실나면 누가 책임지나"

금융당국, 의견 수렴한 뒤 IPO 제도 개편안 발표키로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임수정 김아람 기자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 급락으로 공모주 광풍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 공청회를 연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에서 청약 광풍이 불며 소액 투자자를 더 배려하는 방식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섣부른 제도 개편이 개인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이르면 이달 공청회를 열어 공모주 개인물량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시장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공개될 것으로 관측됐던 공모주 배정 규정 개선안은 발표까지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금융당국은 소액 청약자의 공모주 투자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에 따라 개인 배정 물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모색해왔다.

현재 금투협의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상장 기업의 경우 공모 물량의 20% 이상을 일반(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해야 한다. 하이일드 펀드와 우리사주 조합원에는 각각 10% 이상, 20%가 돌아가며 나머지는 기관 투자자 몫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소액 청약자 우대를 위해 ▲ 기관투자가에 돌아가던 우리사주 실권주의 개인 투자자 우선 배정 ▲ 소액 투자자에게 공모주 개인 물량의 절반 배정 ▲ 복수 계좌 청약 금지 등을 검토해왔다.

공모주 시장의 과실이 고액 자산가와 기관 투자가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증권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개인 투자자 배정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하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빅히트 주가가 기관 차익 매물에 급락하면서 '개미 무덤'이 됐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자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최근의 청약 광풍 시기에 맞춰 개인 물량을 늘리는 것은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공모주 종목은 1년에 3~4개밖에 안된다"며 "이런 경우에만 맞춰 개인 물량을 늘려 놓을 경우 (미매각 시) 인수증권회사의 부담이 너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 분석이나 정보 접근 권한이 떨어지는 개인이 무작정 공모 시장에 진입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빅히트 사례에서 보듯 개인 물량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며 "신중한 판단을 위해 의견 수렴을 추가로 거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번 공청회에서 공모주 배정 방식뿐 아니라 IPO 제도 전반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다.

금융당국은 주관 증권사의 재량과 책임을 함께 강화하는 방식의 제도 개편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IPO 시장의 변동성 완화를 위한 '초과배정옵션' 내실화, 주관 제한 지분율 '5%룰' 완화, 부실 실사에 과징금 대폭 상향 등을 검토 중이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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