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U 보험조사파일] 아프리카에서 온 사망보험금 청구서

입력 2020-10-31 09:00
수정 2020-10-31 09:59
[SIU 보험조사파일] 아프리카에서 온 사망보험금 청구서

[※ 편집자 주 =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9만3천명, 적발 금액은 8천800억원입니다. 전체 보험사기는 이보다 몇 배 규모로 각 가정이 매년 수십만원씩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실정입니다. 주요 보험사는 갈수록 용의주도해지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고자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IU 보험조사 파일' 시리즈는 SIU가 현장에서 파헤친 주목할 만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2016년 말 국내 한 보험사는 서아프리카 지역 국가에서 발급된 사망진단서가 딸린 보험금 청구서를 접수했다

청구인 A씨(34)는 남편 B씨(46)가 아프리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숨졌다며 현지 병원이 발행한 사망진단서를 제출했다.

앞서 A씨는 2014년부터 1년간 이 보험사에 남편 B씨를 대상(피보험자)으로 하는 종신보험과 상해보험 등 5건에 가입(계약)했다. A씨는 남편의 종신보험 수익자이자 상속인으로서 보험금 약 4억원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사망진단서를 그대로 인정해 보험료를 지급하는 대신에 현지 공관 등을 통해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에 대한 확인에 나섰다. 한국 관공서 서류와 달리 먼 해외에서 사망 증명 서류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험사는 해당 병원의 진짜 직인이 A씨가 제출한 사망진단서에 찍힌 것과 다르고, 사망진단서에 서명한 의사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병원에 B씨의 사망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조사로 알아냈다.

보험사는 청구인에게 사망진단서가 위조된 것을 확인했다고 알리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은 반발했다. 사망진단서를 공증받았으며 현지 정부에서도 B씨가 사망한 것으로 행정 처리가 됐는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보험사의 횡포라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사망진단서와 사망확인서 공증서류도 제출했다.

그러나 공증은 특정한 내용과 형태의 문서가 공증 당시 존재했었다는 '원본성'을 보여줄 뿐 문서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청구인이 금융당국에 반복해서 민원을 내자 보험사 조사팀은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현지 법률사무소를 고용해 서류 자체의 진위 검증을 의뢰한 것이다.

2018년 2월 법률사무소는 A씨가 제출한 서류가 가짜임을 확인하고 이러한 확인 결과를 보험사에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보험사는 A씨의 보험 청구 서류가 허위임이 확인됐기에 청구를 최종 무효로 처리했다.



A씨 또는 부부가 보험사기를 시도한 것인지 아니면 B씨가 실제로 숨졌는데도 서류 발급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험사는 자체 조사로 사망진단서가 허위라고 판단하고는 수사기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지만, 수사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에 "B씨의 실제 생사는 보험사로서 파악할 수 없었다"며 "청구의 근거가 되는 사망진단서가 허위였기 때문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A씨로부터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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