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인기 순위 역주행 '어몽 어스'는 '내면의 나무늘보'로부터

입력 2020-10-31 10:00
[위클리 스마트] 인기 순위 역주행 '어몽 어스'는 '내면의 나무늘보'로부터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어몽 어스'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모바일 게임 중 하나다.

이용자 4~10명이 모여 우주를 무대로 벌이는 마피아 게임 형식의 '어몽 어스'는 2018년 처음 출시됐을 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올해 중순부터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전 세계에서 인기가 대폭발했다.

8월 들어선 슈퍼셀·넥슨·펍지 등 쟁쟁한 개발사가 내놓은 게임을 제치고 국내 구글·애플 무료 게임 순위에서 1위로 올라섰고, 그 이후에도 좀처럼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글로벌 다운로드 횟수는 1억회를 넘어섰다.

갑자기 인기 순위를 '역주행'한 이유로는 트위치와 유튜브의 유명 1인 게임 방송 진행자들이 소개한 덕이 먼저 꼽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요되는 상황에서 가상 공간에서나마 여러 사람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게임이란 점이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는 해석도 있다.

시대를 잘 타고 난 덕도 있지만, 그에 앞서 '어몽 어스'가 재미있는 게임이란 사실은 대부분 이용자가 인정하고 있다.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 장대한 시나리오를 갖춘 게임이 아니라도 독특한 발상과 뛰어난 게임성만으로 전 세계 게이머를 사로잡은 것이다.

'어몽 어스'를 개발한 미국의 '이너슬롯'은 3명이 개발·운영을 하는 소규모 독립 게임개발사다.

시선을 국내 게임 업계로 돌리면, 여전히 양산형 모바일 게임, 그중에서도 '유사 리니지' 스타일의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 개발 및 출시가 줄을 잇는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국내 게이머들이 그만큼 익숙한 장르인 데다 흥행에 성공하면 크고 빠른 '한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발사 입장에선 다분히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게임 질병 코드 지정, 중국 게임의 공습 등 외부 위기론을 운운하기 전에 수익성보다는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히트 게임이 좀 더 나와야 하지 않을까.

개발사 '이너슬롯(InnerSloth)'은 내면의 나무늘보(혹은 나태)라는 뜻이다. 국내 독립 개발사들이 충만한 '잉여력'으로 제2의 '어몽 어스'를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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