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고사 위기…격리 면제 '트래블 버블' 가능할까

입력 2020-11-02 06:15
여행사 고사 위기…격리 면제 '트래블 버블' 가능할까

문체부 "논의는 하지만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어"

국외여행사 약 4년만에 최소…해외패키지 사업 '개점휴업'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내국인을 상대로 해외여행 사업을 하는 국외여행사가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여행사의 주 수입원인 해외패키지 사업은 그야말로 '개점 휴업' 상태다. 일부 여행사는 국경 봉쇄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관련 조직을 축소하거나 국내로 눈을 돌려 생존 전략을 모색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고사 위기에 처한 여행업계는 해외 입출국자의 '14일 자가격리' 조치 완화와 함께 협정 체결국 여행객에게 격리 조치를 면제해 주는 '트래블 버블'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내부 논의 중으로,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 국외여행사 9천개 밑으로…약 4년만에 최소

2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외여행사는 8천963개로 올해 들어 503개(5.3%) 줄었다.

이는 2016년 12월 말(8천948개)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것이다.

국외여행사는 그동안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 9월 말 9천732개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이후 코로나19 영향을 받으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말 9천466개, 올해 3월 말 9천345개, 6월 말 9천99개로 계속 줄었다.

이처럼 국외여행사가 많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수입원인 해외여행 패키지 사업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롯데관광개발 등 주요 여행사의 홈페이지에는 해외패키지 상품이 있지만, 예약을 시도하면 상품이 없다는 문구가 나오거나 상징적으로 예약 좌석을 1석만 표시해 둔 곳도 있다.

아예 올해는 예약 자체가 안되고 내년 1월부터나 예약이 가능한 여행사도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 가이드가 단체 여행객을 안내하는 해외패키지는 판매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에어텔 형태로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권이 일부 판매될 때가 있는데 이는 관광 목적보다는 사업이나 학업, 급한 친지 방문 등의 이유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외패키지 '개점휴업'에 조직 축소…국내로 눈 돌려

코로나19 상황이 당장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자 해외여행 패키지 사업조직을 축소·개편하는 여행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롯데그룹과 일본 JTB그룹이 공동출자해 만든 여행사인 롯데JTB는 최근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해외패키지 사업 부분의 조직 개편도 단행할 계획이다.

롯데JTB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단체관광식의 패키지 해외여행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할 수 있어 해외패키지 사업 부문을 다른 방식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사업이 막히자 국내로 눈을 돌려 생존 전략을 짜고 있기도 하다.

해외여행 전문 여행사인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해외여행 전문가가 만들면 국내 여행도 달라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비대면 시대를 겨냥한 국내 여행 상품들을 선보였다.

코로나19를 고려해 일행만 탑승하는 프리미엄 리무진 밴을 이용하고 검증된 숙소로 접촉을 줄인다는 게 이 여행사 설명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9월 말 아시아나항공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국내 상공을 비행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되돌아오는 신개념 여행상품 '스카이라인 여행'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강릉·포항·김해·제주 상공을 비행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오는 상품으로 완판됐다.

◇ 여행업계, 자가격리 14일 완화 요청…'트래블 버블' 가능성은

하지만 여행사들의 주요 수입원이 해외여행이다 보니 국내 여행 활성화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에서는 '자가격리 14일'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과 해외 입출국자 14일 자가격리 조치에 대한 완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자가격리 기간 14일을 당장 0(영)으로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1단계로 완화되면 기간을 1주일로 한다든지 방역 상황에 맞춘 탄력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래블 버블'이 해결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트래블 버블은 상호 협정이 이뤄진 국가 간에는 상대국 여행객의 입국 후 격리 조치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 간에 트래블 버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홍콩의 경우 우리나라에도 트래블 버블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업계 요청이 있었던 만큼 트래블 버블 문제 등에 대해 다른 부처들과 논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의 잠복기를 고려해 14일 자가격리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보근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경우 해외 코로나19 상황이 좋은 국가들과 트래블 버블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당장 어느 국가와 어떤 절차를 통해 어떤 조건으로 면제해줄지 그런 구체적인 계획을 하고 있진 않다"며 "국제관광 교류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표] 국외여행사 추이

┌────────────┬────────────┬───────────┐

│ 연 │ 월말 │국외여행사(개)│

│││ │

├────────────┼────────────┼───────────┤

│ 2020 │ 9│8,963 │

│├────────────┼───────────┤

││ 6│9,099 │

│├────────────┼───────────┤

││ 3│9,345 │

├────────────┼────────────┼───────────┤

│ 2019 │ 12 │9,466 │

│├────────────┼───────────┤

││ 9│9,732 │

│├────────────┼───────────┤

││ 6│9,660 │

│├────────────┼───────────┤

││ 3│9,630 │

├────────────┼────────────┼───────────┤

│ 2018 │ 12 │9,648 │

│├────────────┼───────────┤

││ 9│9,546 │

│├────────────┼───────────┤

││ 6│9,500 │

│├────────────┼───────────┤

││ 3│9,241 │

├────────────┼────────────┼───────────┤

│ 2017 │ 12 │9,256 │

│├────────────┼───────────┤

││ 9│9,161 │

│├────────────┼───────────┤

││ 6│9,168 │

│├────────────┼───────────┤

││ 3│8,964 │

├────────────┼────────────┼───────────┤

│ 2016 │ 12 │8,948 │

└────────────┴────────────┴───────────┘

kak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