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선출 딜레마…"미 대선 결과에 따라 결정"

입력 2020-10-30 08:50
수정 2020-10-30 09:03
WTO 사무총장 선출 딜레마…"미 대선 결과에 따라 결정"

로이터 "WTO 지도부, 미 대선서 대통령 바뀌길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에 대해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WTO 지도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세계 최대 무역국인 미국의 거부 의견을 투표를 통해 기각할 것인지, 아니면 수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볼 것인지 두 가지 옵션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두 후보가 결선에 올랐고,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28일 두 후보 중 오콘조이웨알라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WTO는 회원국의 최종 선호도 조사를 토대로 사무총장 후보를 추천했는데, 유 본부장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큰 표 차로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TO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 회원국 다수에 반대되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한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선거 절차 막판에 뛰어들어 혼돈을 가중하는 방법으로 절차를 중단시켰다면서 "즉흥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윌리엄 라인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일단 미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막후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TO는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거쳐 추천된 후보를 다음 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으로 승인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 그전까지 미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회원국 간 컨센서스가 도출되지 않을 때 최종 추천된 두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방법도 있다. 유 본부장 측은 29일 사퇴 의향 등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예외적으로 회원국별 투표를 통해 차기 사무총장을 확정하는 방법도 있다. 겉으로 보이기엔 투표가 쉬운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최후의 '핵 옵션'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투표로 미국의 의견을 '기각'한다면 이는 WTO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을 '공개 망신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도 만약 WTO가 이 사안을 투표까지 끌고 가겠다고 할 경우 미국에 대한 전쟁 선포로 여길 수 있다.

결국 WTO로서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11월 3일 대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루퍼스 여크사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미국 대선 결과가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또 다른 싸움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나갈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를 결정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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