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재계, '안보 명분 수출규제 남발'에 우려 목소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미국이 경제 패권 등을 놓고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 격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재계 지도자들이 안보를 명분으로 남발되는 수출 규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대기업 경영자들은 전날 이틀간의 '미일 재계인 회의'를 마친 뒤 안보상 수출규제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는 미일 양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출 및 외자 규제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에 대해 기업인들이 우려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닛케이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일본 정부가 외자 규제를 엄격화하고, 미국이 수출통제개혁법안(ECRA)과 외국인투자 위험심사 현대화법(FIRRMA)으로 규제를 강화한 것이 이 성명 채택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성명은 안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투자 심사 및 수출 관리를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의) 경제패권을 지향하는 움직임을 견제해야 하지만 자유로운 경제활동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일 기업인들은 또 중국이 외국 기업에 기술·데이터 이전을 강요하는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규칙에 근거한 무역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미국, 일본,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주의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도록 미일 양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번 회의의 일본 측 의장인 히라노 노부유키(平野信行) 일미경제협의회 회장(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회장)은 폐회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의 완전한 '디커플링' (탈동조화)은 세계 경제성장에 이익이 되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면서 미중 간 대립이 격해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또 미국 측 의장인 척 로빈스 시스코 시스템즈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정치가 내향적(국수적)으로 흐르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두드러진 미국 제일주의 정책을 사실상 비판했다.
미일 재계 지도자 회의는 미국과 일본의 기업 경영자들이 경제·무역 현안 등을 논의하고 양국 정부에 정책제언을 하는 협의체다.
올해로 57회째를 맞은 이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양국에서 7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처음으로 온라인 형식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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