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어린이 완화의료센터 건립…"보호자없는 돌봄 제공"

입력 2020-10-29 14:00
서울대병원, 어린이 완화의료센터 건립…"보호자없는 돌봄 제공"

국내 최초 중증 어린이 환자 대상 완화의료센터…2022년 5월 개소

넥슨재단, 서울대병원에 100억원 기부금 전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 열살 소라(가명)는 생후 8개월 경 앓은 폐렴의 합병증으로 뇌 손상을 입었다. 배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24시간 산소를 사용해야 한다. 엄마는 소라가 아프기 시작한 이후 9년째 모든 시간을 아이를 돌보는 데만 쏟는다.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소라를 돌볼 사람이 없어 약만 먹고 버텼다.

퇴원 후에도 24시간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한 중증 소아 환자와 그 보호자를 위한 완화의료센터가 2022년 5월 국내에 도입된다.

서울대병원은 넥슨재단과 함께 중증 소아 환자를 보호자 없이 24시간 간호·간병하는 '서울대학교병원 넥슨 어린이 완화의료센터'(가칭)를 건립한다고 29일 밝혔다.

보호자의 돌봄 없이 운영되는 완화의료센터를 도입해 환자에게는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돌봄에 지친 부모 등에게는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2년 이내 서울대어린이병원에 한 번이라도 입원한 적이 있는 환자를 조사한 결과,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 가족이 24시간 간병해야 하는 어린이만 400여 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3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간병인을 두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성인 환자에 비해 중증 어린이 환자를 받아주는 시설은 많지 않다. 중증 어린이 환자 간병과 돌봄 부담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족에게는 단 며칠이라도 아픈 아이를 맡기고 정신적·육체적 회복을 위한 시간이 절실하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소아 전문 완화의료시설과 복지 제도가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과 넥슨재단은 중증 어린이 환자뿐만 아니라 치료 후 돌봄으로 지쳐가는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센터 건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넥슨재단 기부금 100억원과 보건복지부의 보조금 25억원을 지원받아 도보 5분 거리에 연면적 약 1천350㎡ 규모의 어린이 완화의료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중증 어린이 환자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의 사전 평가를 거쳐 보호자 없이 1회 6박 이하, 연간 최대 14일까지 입원할 수 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앞으로 중증 어린이 환자의 치료 기술을 선도하는 한편 환자와 가족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인적 치료와 돌봄 서비스에 앞장설 것"이라며 "어린이 완화의료센터 건립이 환자와 가족의 삶에 작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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