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코모도왕도마뱀 1천마리에 '인식 칩' 심어
쥬라기 공원 프로젝트 반대 목소리 커지자 "문제없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는 '공룡의 후예'로 알려진 코모도왕도마뱀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3천마리 가운데 1천마리에 인식 칩을 심었다고 밝혔다.
29일 안타라통신에 따르면 산림환경부의 천연자원·생태계 총괄국장 위라트노는 "15년 동안 코모도 국립공원에서 코모도왕도마뱀 개체 수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며 "2018년에는 2천897마리, 2019년에는 3천22마리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모도왕도마뱀 1천마리에 이미 인식 칩을 심어 개체수 증감 등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1980년 지정한 코모도 국립공원은 코모도섬, 린카섬(린짜섬), 빠다르섬 등 3개 큰 섬과 26개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당국은 코모도왕도마뱀의 개체 수가 줄지 않도록 먹이인 사슴과 염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자신보다 작은 동족을 잡아먹는 습성이 있어 먹이가 부족하면 서로 공격한다.
앞서 주변 지역에서 배를 타고 코모도왕도마뱀 서식 섬에 들어와 야생사슴을 무더기로 밀렵하는 이들 때문에 코모도왕도마뱀의 개체 수가 감소한 것으로 지목됐다.
위라트노 국장은 "코모도왕도마뱀 서식지에서 사슴 사냥이 없도록 집중관리를 하고 있다"며 "관광 촉진을 위해 개발하는 구역은 매우 적은 부지라서 코모도왕도마뱀 개체 수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위라트노 국장이 이처럼 '인식 칩' 얘기까지 꺼내면서 코모도왕도마뱀 개체 수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인터뷰한 것은 최근 린카섬 '쥬라기 공원' 개발 반대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 프로젝트는 관광객이 코모도왕도마뱀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도록 전망대와 데크, 안내소, 숙박시설을 짓는 것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사를 주도한다.
지난 주말 린카섬 로흐 부아야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트럭과 마주한 코모도왕도마뱀 사진이 트위터 등을 통해 퍼졌다.
누가 원본사진을 찍었는지는 모르지만, 해당 사진은 코모도왕도마뱀의 서식지를 인간이 파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불러일으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코모도구하기'(#SaveKomodo)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벌였고, 리조트 개발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청원에 36만5천명이 서명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모도왕도마뱀의 멸종을 막겠다며 최소 1년 이상 코모도섬 출입 폐쇄나 1천 달러(113만원)짜리 연간 회원권 도입으로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흐지부지됐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