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앞두고 공영매체 '나팔수 만들기'

입력 2020-10-28 11:48
트럼프, 대선 앞두고 공영매체 '나팔수 만들기'

USAGM 기관장 "국영방송은 미국 이익에 부합해야" 정치적 간섭 차단 규정 폐지

해당 방송사 "언론에 대한 신뢰 침해" 비난 …정치권도 반발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공영방송 감독기관장이 미국의소리(VOA) 등 정부 지원을 받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차단하기 위한 연방 규정을 폐지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27일(현지시간) 미 글로벌미디어국(USAGM) CEO(최고경영자)인 마이클 팩이 정부 지원을 받는 방송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제한하기 위해 지난 6월 도입된 연방 규정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26일 해당 방송기관에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공문은 "정치적 간섭을 제한하는 연방 규정은 (이들 방송이) 해외에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본연의 역할과 배치된다"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가치와 자유를 침해하거나 적국을 도와주는 뉴스에 맞서 미국의 관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방송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차단한 규정은 1976년 당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의회 승인을 받아 VOA의 내부 강령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VOA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6월 USAGM 수장으로 임명한 팩에 의해 정치적 간섭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좀더 공식적이고 명문화된 연방 규정을 채택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VOA를 비롯한 정부 지원을 받는 방송사들은 정부 선전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VOA 고위 간부를 지낸 데이비드 엔서는 "이번 조치는 언론에 대한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난하면서 "USAGM 책임자인 팩은 해당 규정을 폐지할 법적 권한이 없을 뿐 더러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뒤 새로운 기관장을 임명하면 곧바로 반대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통제되고 있는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부 지원 방송사 소속 기자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이미 플라이 전 자유유럽방송·자유방송(RFE/RL) 사장은 "앞으로 기자들의 활동이 국가의 외교적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고 공식화하면서 언론 통제가 심한 국가에 체류중인 기자들에 대한 해당 정부기관의 감시가 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에서 앞서 USAGM은 VOA 백악관 출입기자를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 조사를 벌여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만화나 기사를 리트윗한 전력이 있는 기자들은 그에 대한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조치를 비난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국영방송을 외부 간섭에 휘둘리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연방 규정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팩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USAGM은 해외를 대상으로 한 매체인 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자유유럽방송·자유방송(RFE/RL)등을 감독하는 연방정부 산하 기관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VOA 보도에 자주 불만을 드러내면서 지난 6월 팩을 USAGM 책임자로 임명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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