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칙은 석잔 원샷, 무반주 댄스"…흥겨운 신라인의 술자리

입력 2020-10-28 12:00
"벌칙은 석잔 원샷, 무반주 댄스"…흥겨운 신라인의 술자리

조세박물관 '술, 문화를 빚다' 특별기획전 내년 4월까지 개최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도자기 유물 가운데 계영배(戒盈杯)라 불리는 술잔이 있다. 계영배는 잔에 7부가 넘는 술을 따르면 밑구멍으로 술이 빠져나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지나친 음주와 욕심을 경계하는 술잔이라는 뜻에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불린다.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林尙沃)은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욕심을 경계해 큰 재산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선조들의 절제하는 음주문화를 엿볼 수 있다.

우리 조상의 음주문화가 마냥 근엄하고 절제하는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1975년 경주 동궁과 안압지 준설 공사 과정에서 14면체 나무 주사위가 출토됐다. 정사각형 면 6개와 육각형 면 8개로 이뤄진 이 주사위는 주령구(酒令具)라는 이름의 술자리 놀이기구다.

각면에는 술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벌칙'이 새겨져 있다. 예를 들어 '삼진일거(三盞一去)'는 술 석 잔을 한 번에 마시기를 뜻한다. 지금의 '원샷' 벌칙과 비슷하다. '금성작무(禁聲作舞)'와 '임의청가(任意請歌)'는 각각 무반주로 춤추기와 노래시키기를 뜻한다. 유범공과(有犯空過) 즉, 덤비는 사람에게도 가만히 참고 있기는 어떤 벌칙인지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천년도 더 지난 과거에도 오늘날과 흡사한 술자리 게임 벌칙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경주에서 출토된 주령구 유물 원본은 안타깝게도 복원 과정에서 실수로 불타버려 재현품만 남았다.

주령구와 계영배 등 술과 관련한 다양한 유물과 콘텐츠를 전시하는 '술, 풍요를 빚다' 특별기획전이 국세청 국립조세박물관에서 28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열린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술의 기원과 종류, 제조 방법, 술과 세금, 주세법과 주세행정 변천, 지역 명주, 세계의 술, 선조의 건전한 음주문화 등 7개 소주제로 나뉜다.



주요 전시품은 ▲ 누룩 틀과 소줏고리(소주를 만드는 주방기구), 등 전통주 용품 ▲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 동의보감(東醫寶鑑), 하서집(河西集) 등 주류 기록이 담긴 문헌 ▲ 주정계와 밀조주 방지 전단 등 과거 주세 행정 자료 등이다.

또 가짜 술을 판별하는 주류진품 확인기, 전국의 명주를 지도에서 찾아보는 무인안내기, 세계의 주류를 탐색해보는 패널도 설치됐다.

계영배의 원리를 보여주는 영상과 신라시대 놀이기구 주령구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한편 국세청은 우리 술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우리 술, 책에 담다'를 발간했다.

책 내용은 국세청 웹사이트(www.nts.go.kr)의 국세정보 카테고리의 '국세청 발간책자' 항목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