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시대 연 개척자 이건희 회장, 수원 선산에 잠들다(종합)
오전 7시30분 유족·친지 등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
고인 숨결 담긴 한남동 자택·화성사업장 들러 임직원과 마지막 인사
김필규 "이건희 만한 '승어부' 못봤다"…장지는 조부 묻힌 수원 선산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철선 기자 =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28일 오전 엄수됐다.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강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고인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평소 이재용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결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전 삼성생명 회장)의 약력보고와 고인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 회장의 추억,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 순서로 진행됐다.
이수빈 고문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을 읽다가 목이 메인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김필규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이 회장의 비범함과 호기심, 도쿄 유학시절 모습 등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은 특히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인 '승어부(勝於父)'를 꺼내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를 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용 부회장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이부진 사장은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앞서 영결식 참석을 위해 차에서 내릴 때는 휘청이는 이부진 사장의 한쪽 팔을 홍라희 여사가 잠시 부축하기도 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이건희 회장과 유족, 친지 등을 태운 운구 행렬은 생전 이 회장의 발자취가 담긴 공간을 돌며 임직원들과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발인에는 이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삼성전자 권오현 상임고문,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 이인용 사장 등이 함께 했다.
오전 8시50분께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살았던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등을 정차하지 않고 차례로 돌았다.
2014년 5월 이 곳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6년5개월 만의 '귀가'였다.
승지원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집을 개조해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쓰던 곳으로, 생전 이건희 회장이 집무실로 이용했다.
이후 운구 행렬은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군 기흥·화성 반도체 사업장(통칭 화성사업장)으로 '마지막 출근'을 했다. 이 곳에서 고인은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나온 임직원들의 작별 인사를 받았다.
평택캠퍼스에 앞서 준공된 기흥·화성 반도체 사업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본산지다.
1983년 이병철 선대회장과 함께 이건희 회장이 직접 사업장 부지를 확보하고 착공, 준공식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애착이 깊은 곳이다.
이 회장은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부터 2011년 화성 반도체 16라인 기공식과 이후 준공까지 총 8번의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화성사업장을 뒤로 한 이건희 회장은 마지막 종착지인 수원 가족 선산에서 영면했다.
수원 선산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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