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히말라야 국경갈등'에 실크로드 상인들 '직격탄'
겨울철 중국측과 거래 대비해 물건 사들인 인도 무역업자들 '울상'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산맥 산악 지대에서 국경선 문제로 갈등을 빚자 '실크로드' 무역에 종사하는 인도 측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실크로드를 통해 인도와 중국을 연결하는 전통적인 무역로는 중국군과 인도군의 암묵적인 승인 아래 수십 년 동안 번성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양국 군이 국경선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히말라야 실크로드는 사실상 폐쇄됐다.
이에 따라 주로 겨울철에 중국 상인들과 히말라야 실크로드를 통해 거래함으로써 생업을 이어가던 인도 측 상인들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
26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 라다크 지역 뎀초크의 무역업자 그얄슨(47) 씨는 올 겨울에는 희망이 없다고 호소했다.
히말라야 실크로드를 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발고도가 수천m 이상의 히말라야 국경지대는 겨울철 기온이 영하 40도 이하로 급강하해 사람이 생활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히말라야의 겨울은 그얄슨 씨와 같이 무역업자들에게는 사업 기회를 제공해 왔다. 폭설과 얼음으로 라다크 지역의 중심도시인 레와 연결되는 도로가 끊어지면서 동쪽의 중국과의 교역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도 측 무역업자들은 겨울철 중국 측과의 무역에 대비해 여름철에 라다크 지역 전역에서 물건을 사들였다.
그렇지만 올해 겨울은 양국 군의 국경 대치로 히말라야 실크로드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무역업자들이 사업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그얄슨 씨는 "국경지대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는 생계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하소연을 했다.
중국군과 인도군은 혹한의 겨울철이 다가오자 수천 명의 장병 주둔에 필요한 보급품 수송 작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군과 인도군은 최근 양국 장병이 대치 중인 국경 지대에 병력 증원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이 지역에서 철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보급 경쟁'을 하면서 장기전 태세에 돌입한 양상이다.
양국 군은 지난달 7일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45년 만에 총기까지 동원해 충돌했다.
지난 6월에는 라다크 갈완(중국명 자러완) 계곡에서 양측 군대가 '몽둥이' 등을 동원해 몸싸움을 벌여 최소 20명의 인도 군인이 사망하고 중국군도 다수의 희생자를 냈다.
국경선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른 중국과 인도는 아직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하고 3천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실상의 국경으로 삼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LAC 주변의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런 국경지대에서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양국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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