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버려져"…카타르항공, 여성승객 강제 신체검사(종합)

입력 2020-10-26 15:59
수정 2020-10-26 17:49
"신생아 버려져"…카타르항공, 여성승객 강제 신체검사(종합)

"강제로 하의 벗고 출산 여부 검사받아…일부 여성 눈물 흘려"

호주 정부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카타르 공항에서 버려진 신생아의 산모를 찾는다는 이유로 여성 승객들을 대상으로 강제 자궁경부 검사를 실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검사 대상이 된 승객 상당수가 호주 국적 여성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호주 정부가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AP·AFP 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카타르 도하 하마드 공항의 한 화장실에서 조산아가 발견됐다.

카타르 당국은 조산아의 친모를 찾기 위해 공항의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자궁 경부 검사 등 신체 검사를 하기로 했다.

당시 카타르발 시드니행 항공기에 타고 있던 여성 승객들도 앰뷸런스로 옮겨져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이 사실은 당시 사건을 겪은 호주 승객들이 뒤늦게 피해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검사를 받은 승객이 모두 몇명인지, 어느 나라 국적인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AP통신은 이 항공편에서만 13명의 호주인 여성이 자궁 경부 검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비행기 탔던 호주인 볼프강 베이백은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여성 승객은 하의를 벗고 출산한 흔적이 있는지 강제로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를 받고 온 사람 모두 화가 나 있었다"며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 보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여성은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승객 킴 밀스는 "처음에는 코로나19 관련 검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젊은 여성이 앰뷸런스에서 검사를 받고 나오자 마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들 여성이 탄 카타르 항공 QR908편은 이륙이 4시간가량 지연됐다. 다른 항공편을 이용한 여성들도 강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외교통상부(DFAT)는 공식 외교채널로 카타르 정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부 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승객의 동의 없이 진행된 여성 신체검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모욕적이고 불쾌한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페인 장관은 주 호주 카타르 대사에게 진상 조사를 요청했으며 답변을 들은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을 호주 연방경찰에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하마드 공항은 성명에서 "의료 전문가들이 아이를 갓 낳은 여성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며 "조산아가 발견된 장소에 접근 가능한 승객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비교적 건강하며 의료진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공항 측은 덧붙였다.

조산아의 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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