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경영활동 위축"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잠재적 범죄자 만들 것"
"산재 발생시 사업주 처벌 수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산업 재해 발생 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경영계 의견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대해 이 같은 경영계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총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규정된 사업주 처벌 형량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올해 1월 사업주 처벌 수위를 강화한 개정안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또 도입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과잉처벌"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산안법은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치를 위반해 근로자 사망 사고를 초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다.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처벌 대상을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이사·대표이사)로 확대하고 형량의 하한선을 정하고 있다.
법안에는 근로자가 산업 재해로 사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3년 이상 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경총에 따르면 안전·보건 조치 위반 시 싱가포르는 2년 이하 금고형, 독일·프랑스·캐나다는 1년 이하 징역을 부과하게 되어 있어 우리보다 처벌 수위가 낮고, 사망 사고 발생시 처벌 기준이 따로 없다.
경총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도입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의 경영 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되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를 맡지 않으려 하는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또 현행 산안법은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673개 조문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사업주의 의무를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이뤄지는 세부적인 안전·보건 조치는 현장 관리자가 책임지기 때문에 사업주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며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이런 상황에 대한 종합적 고려 없이 포괄적으로 사고의 책임을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묻고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처벌 강화보다 사업주와 현장 안전 관계자, 원·하청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는 사후 처벌 위주의 산업 안전 정책에 있다"며 "안전 규제 체계를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편하고, 현장 특성에 맞는 안전 매뉴얼을 적극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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