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마크롱에 "정신치료 필요"…프랑스 "용납 못해"(종합2보)
'정면충돌' 양국 관계 악화…터키 대통령 "무슬림과 문제있나? 정신감정해야"
프랑스, 주터키대사 국내로 불러들여…수교 이래 첫 사례 "강력한 외교적 신호"
아랍국가들에선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 확산 기류 '후폭풍'
(이스탄불·런던·서울=연합뉴스) 김승욱 박대한 특파원 김용래 기자 = 프랑스와 터키 정상이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이미 냉각한 두 나라 관계가 더 얼어붙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두고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고 비난하자 프랑스는 항의의 표시로 터키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기로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마크롱은 무슬림과 무슨 문제가 있나. 그는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소수 종교를 믿는 자국 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국가 원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나. 우선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이슬람 분리주의'와 싸우겠다면서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영역의 종사자에게도 히잡 등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개했다.
프랑스 정부는 다음 달에는 정교분리 원칙을 더 강화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 5일 프랑스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풍자만화를 주제로 토론 수업을 진행했던 역사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거리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뒤 프랑스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런 기류에 대해 이날 "유럽은 무슬림에 대한 전선에서 자멸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 질병을 제거하지 않는 한 유럽은 내부에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이 같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곧바로 반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지나침과 무례함은 방법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위험한 만큼 우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책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나아가 터키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를 국내로 불러 이번 상황을 논의하기로 했다.
양국 수교 이래 프랑스가 항의의 표시로 터키 주재 대사를 불러들인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으로, 엘리제궁 관계자는 "이는 매우 강력한 외교적 신호"라고 말했다고 BFM방송 등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상대를 비난하며 설전을 이어왔다.
양국은 동지중해 천연가스 개발, 시리아 및 리비아 내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교전 문제 등에서 입장차를 드러내며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두 정상은 지난해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관련해 감정 섞인 발언을 주고받았다.
마크롱이 당시 "현재 우리는 나토의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며 나토의 분열상을 비판하자 에르도안은 마크롱을 지칭하면서 "먼저 당신부터 뇌사가 아닌지 확인하라. 이런 발언은 오직 당신처럼 뇌사 상태인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아랍국가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슬람교 관련 발언 이후 프랑스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요르단 야당인 이슬람행동전선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이슬람교 관련 발언들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서 프랑스 제품들을 불매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다른 중동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AFP통신은 쿠웨이트 상점들에서 프랑스산 치즈를 매대에서 빼내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됐고, 카타르 도하에서도 프랑스산 잼 등 식료품을 빼내는 상점들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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