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뉴욕시에 "유령도시" 욕한 트럼프…고도의 대선전략?
'고향과 이혼'한 트럼프…"뉴욕 엘리트 싫어하는 지지층 구애 전략" 해석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고향 뉴욕시에 험담을 퍼붓고 있어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뉴욕은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적은 데 이어 23일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서는 "유령 도시(ghost town)"라고 거듭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도중 "뉴욕에 일어난 일을 보라. 그곳은 유령 도시"라며 "많은 세월 동안 뉴욕을 사랑했다. 활기찼던 그곳이 지금은 죽어가고, 모두가 뉴욕을 떠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향에 등을 돌린 것은 정말로 감정이 상했기 때문일 수 있다. 4년 전 첫 대선 출마 때 시민들은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뉴욕주와 맨해튼 검찰은 자신의 기업을 수사 중이며, 민주당 소속의 주지사와 시장은 사사건건 자신을 공개 비난한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고향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길도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작년 유엔 총회, 모금 행사, 이종격투기 관람을 위해 딱 세 번 뉴욕시를 찾은 데 이어 올해는 동생 임종 전 병원을 방문한 것이 유일하다.
정책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허드슨강 아래를 지나는 열차 터널 공사에 반대하고, 연방 예산 지원을 보류하는 등 악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플로리다주로 공식 주소지를 옮긴 것은 사실상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셈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그러나 선거를 목전에 두고 굳이 공개적으로 '뉴욕 때리기'에 나선 데에는 개인감정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들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지지층에 구애하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뉴욕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부 해안의 엘리트층에 분노하는 유권자들에게 뉴욕을 '고기'로 던져주는 셈이라며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뉴욕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토론에서 자신이 뉴욕시 퀸스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내세우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을 향한 애증이 교차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뉴욕 정가의 시각은 곱지 않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경호원은 잊어라. 그가 뉴욕 거리를 걸어가려면 군대를 데려오는 게 좋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고향에 돌아올 때 삼엄한 경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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