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절반만 영업하라고?…공유숙박 확대 '진통'
내국인 대상 서비스 제한적 허용 논의…기존 숙박업계 반발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정부가 내국인 대상 도시 지역 공유숙박(도시민박업) 허용을 두고 관련 업계와 막바지 논의를 이어 가는 가운데, 연간 최대 180일까지만 영업을 가능하게 하는 규제안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와 숙박업계가 참여하는 '한걸음모델 도심공유숙박 상생조정기구'에서 공유숙박 확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 기구는 지금까지 4차례 회의를 열어 의견을 나눴고, 오는 28일 5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수십 개의 이견이 있었다면, 지금은 몇 가지 쟁점을 남겨뒀을 정도로 논의가 많이 진행됐다"며 "다음 회의에서 합의안 초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도시 지역 공유숙박 서비스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만 허용돼 있다.
공유 숙박 확대를 요구하는 쪽은 이미 사실상 내국인 대상 영업도 암암리에 이뤄져 현실에 맞지 않고, 현행 규제가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 성장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국인 대상 도시 민박 서비스를 허용하되, 연간 영업일 수를 180일로 제한하는 방안을 갖고 숙박업계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영업일 수 180일이라는 것은 정부안으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계에서 다른 창의적인 안을 들고나오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유숙박 허용 여부를 놓고 공유숙박업계와 기존 숙박업소를 대변하는 대한숙박업중앙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정대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22일 열린 관련 전문가 좌담회에서 "숙박업은 24시간 관리를 해야 하므로 취미로는 하기 힘든 직업"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내국인도 허용해줄 테니 '6개월만 영업하고 6개월은 놀아라'라고 하면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업주가 실거주해야 한다는 기존 요건에 더해 영업일 제한까지 함께 적용된다면 소비자의 편익을 떨어뜨리고 업주들도 어려움을 겪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유숙박업 업주가 에어비앤비 외에도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받을 텐데, 현실적으로 누가 연간 180일 준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것이냐는 현실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확인도 쉽지 않고 행정력만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겨워하는 모텔 등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우리는 공유숙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한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이후 저가 숙소를 찾던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고, 최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일선 숙박업소는 공실률이 과거 40∼50%에서 70∼80%까지 올랐다"며"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문을 닫은 관광호텔만 해도 15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상생기금도 변수다.
정부는 당초 신규 사업자 등이 조성하는 상생기금에 정부도 일정 금액을 출연해 기존 사업자 피해 보상과 인프라 개선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출연이 무산되고 업계만 출연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신규 진입을 꾀하는 공유숙박업계의 출연금만으로 기존 숙박업계를 돕는 그림이 된다.
상생조정기구가 합의에 성공하더라도 실제로 공유숙박이 전면 합법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주관 부처인 문체부가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엇갈린 사안인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내 입법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지도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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