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여전한데…브라질 대통령-주지사들 '백신 전쟁'

입력 2020-10-23 06:06
코로나19 피해 여전한데…브라질 대통령-주지사들 '백신 전쟁'

2022년 대선·이념문제까지 개입되며 백신 접종 계획에 혼선 우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통령과 주지사들이 '백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건부가 상파울루주 정부와 중국 시노백(Sinovac·科興中維) 생물유한공사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는 시노백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Coronavac)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으며 보건부 산하 국가위생감시국(Anvisa)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보건부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코로나백 4천600만개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다음 날 계약은 철회됐다.

이를 두고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물론 다른 지역 주지사들까지 가세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브라질 주요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백의 안전성과 효능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으나 실제로는 지지자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지지자는 소셜미디어(SNS)에 "파주엘루 장관이 도리아 주지사의 대선 출마 준비를 돕고 있다"고 비난하며 해임을 촉구하는 의견을 올렸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국에 대해 가진 거부감이 반영된 글도 잇따르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유력한 경쟁자의 한 명인 도리아 주지사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도리아 주지사는 "부탄탕 연구소에서 만드는 백신은 브라질과 모든 국민을 위한 백신"이라면서 "지금은 백신을 접종할 시기이지 선거 기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백신 확보가 급한 다른 지역 주지사들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백 구매 계약을 철회시킨 것을 비난하면서 주 정부들이 자체 예산으로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과학 저널 네이처의 최근 조사에서 브라질 응답자의 85.3%가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면 접종하겠다고 답했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접종이 언제부터 시작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보도했다.

이 조사는 코로나19 피해가 큰 19개국 1만3천4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브라질은 중국(8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리아 주지사는 시노백과 백신 4천600만개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12월 중 시노백으로부터 600만개를 받고 나머지 4천만개는 부탄탕 연구소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탄탕 연구소는 올해 안에 코로나백 4천600만개를 확보하되 접종은 내년 초부터 시작하는 쪽으로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보건부는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백신 확보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지난 7월 말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보건부는 리우데자네이루시에 있는 연구기관인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Fiocruz)이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보건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1억회분, 하반기에는 1억∼1억6천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며, 백신 접종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