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파키스탄…경제난 속 정치대립·지방경찰청장 납치까지

입력 2020-10-22 14:07
혼돈의 파키스탄…경제난 속 정치대립·지방경찰청장 납치까지

야권, 정권 퇴진 요구 집회 지속…"납치 사건에 군부 개입" 주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이 경제난에 이어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권 퇴진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주(州)경찰청장 납치 사건이 발생, 정치권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22일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9일 남부 신드주의 경찰청장인 무슈타크 아메드 마하르가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마하르 청장은 야권 지도자 무함마드 사프다르 아완에 대한 체포 명령서에 사인하고 나서야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완은 남부 카라치에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야권은 준군사조직이 이번 사건을 주도하는 등 군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와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현 임란 칸 총리에 대한 퇴진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자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군부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아완은 유력 야당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을 이끄는 마리암 나와즈의 남편이며, 나와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딸로 이번 시위의 핵심 주도자 중 한 명이다.

야권은 지난 16일 북동부 구지란왈라에서 수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권 퇴진 집회를 열었고, 18일에도 카라치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PML-N을 비롯해 파키스탄인민당(PPP) 등 11개 야당이 파키스탄민주운동(PDM)이라는 연합 조직체를 결성해 참여했다. 2007년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들로 PPP를 이끄는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도 집회에 가세했다.

이들은 칸 정부가 인플레이션, 물자 부족 등을 초래하는 등 무능한 정책을 일삼았다며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독립 이후 여러 차례 정권을 잡는 등 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왔고, 그간 야권은 2018년 8월 취임한 칸 총리가 군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야권은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전국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시블리 파라즈 정보방송부 장관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은 적들의 어젠다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민주주의 이념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군부는 마하르 청장 납치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카마르 자베드 바지와 육군참모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시작하라고 내부에 지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권은 "사건 당사자가 어떻게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경제난에 허덕이던 파키스탄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과 관련해 빚더미에 오른 상태다.

이에 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은 물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해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22일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으로 파키스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2만5천480명이다. 한때 6천명을 넘어섰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8월 이후 1천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