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10대 여학생 "군대 가세요" 채근…반응 엇갈려
18∼27세 남성 1년간 의무복무…대상자 찾아가 입영통지서 돌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의 한 지역에서 17살 여학생이 또래 젊은이들의 입영을 유도하기 위해 입영 통지서를 집마다 돌리는 봉사활동을 해 현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22일 일간지인 로시스카야 가제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쿠르스카야주(州) 쿠르스크시에서 40㎞ 떨어진 소도시 쿠르차토프의 병무 당국은 최근 안나 첼리코바라는 학생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안나 첼리코바가 쿠르차토프에서 입영 통지서를 집마다 돌리며 또래 친구들의 입대를 적극 권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쿠르스크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그는 할머니를 방문하기 위해 쿠르차토프를 찾았다가 이런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입대가 명예로운 의무라고 믿으며 군에서 복무하는 청년들을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한국과 같은 징병제 국가로 18∼27세의 러시아 남성들은 법적으로 1년간 군대에서 복무할 의무가 있다.
러시아 병무 당국은 이 시기에 징병 대상이 되는 남성들에게 입영 통지서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일부러 입영 통지서를 받지 않아 병역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병무당국은 안나 첼리코바의 노력 덕분에 30명이 넘는 청년들이 정해진 시기에 신체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역 언론인 '쿠르스크 이즈베스티야' 기사에는 그의 자원봉사 활동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에 내가 복무할 때는 지금보다 힘들었다"면서 현재 일부 러시아 젊은이들의 군 복무 회피 경향을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는 그의 자원봉사 활동에 "친척들에게나 입영 통지서를 전해라"라는 등 다소 비판적인 댓글도 달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병영 내 가혹행위 등 군부대의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국방차관은 지난 8월 국방부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국방부가 제도개선 등 다양한 관심을 기울여 "군부대 내 가혹행위로 인한 범죄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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