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채식버거' 용어사용 금지법안 두고 시끌

입력 2020-10-21 11:53
유럽, '채식버거' 용어사용 금지법안 두고 시끌

고기 안들어간 제품에 '버거' 붙여야 하나 논쟁

"육류업계 입김 작용" 탄소저감 환경론자들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고기가 안 들어간 버거에 '버거'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타당할까.

유럽의회가 육류 대체 식품에 육류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놓고 21일(현지시간) 표결을 진행하기로 해 이에 대한 논쟁도 달아오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번 법안은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에 버거, 스테이크, 에스칼로프 등의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채식버거 혹은 베지버거(Veggie burger), 채식소시지 등은 엄밀히 말해 버거, 소시지가 아니고, 또 고기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에 이런 용어를 붙이면 소비자들이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트에 햄버거를 사려고 갔는데 '베지버거'라고 적힌 상품을 보고 '고기 베이스에 채소가 섞인 햄버거'라고 착각한다거나, 기존 햄버거보다 건강에 좀 더 좋은 햄버거 제품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이미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는 두유(soy milk)라는 이름에서 '유'(milk)자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시행중이고, 프랑스에서는 채식버거에 '버거'를 붙이는 것이 금지됐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도 이달 1일부터 '베지 버거'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덴마크의 중도 우파 의원인 페닐 바이스는 법안 표결에 앞서 20일 열린 토론에서 "소시지는 소시지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환경 운동가들은 '버거'라는 친숙한 용어 대신 다른 이름을 붙이면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면서 이런 조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또 유럽의회가 개회와 동시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60% 절감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탄소 배출이 적은 고기 대체 식품에 대한 용어를 금지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이런 금지 조치는 육류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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