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5G 사업 화웨이 배제 조건 브라질 통신업체 재정지원 제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질 방문…대통령 등 주요 인사 면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국 정부가 브라질의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 대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진출을 막기 위해 재정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브라질 정부가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 브라질 통신업체들이 다른 제조업체의 5G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스웨덴의 에릭손과 핀란드의 노키아 장비를 구매하면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나 수출입은행(Exim Bank)를 통해 자금을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때를 같이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부터 이틀 동안 브라질을 방문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경제·외교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면담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어 브라질도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브라질 언론은 전했다.
브라질 정부는 5G 국제입찰을 내년 초에 시행할 예정이며, 내년 말부터 2022년 초 사이에 시험단계를 거쳐 2022년 중 본격적인 5G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화웨이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통신업체들도 화웨이 진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기밀이나 개인정보가 탈취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이 미국 정부의 '클린 네트워크'를 위해 협력하기를 비란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클린 네트워크란 5G 통신망과 모바일 앱, 해저 케이블,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서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하려는 정책으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동참을 요청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뜻에 복종하도록 공개 협박하는 것은 노골적인 패권 행위"라며 미국의 화웨이 봉쇄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웨이는 현재 브라질에서 사용되는 통신 장비의 상당 부분이 자사 제품이라는 점을 들어 화웨이를 배제하면 브라질의 5G 기술이 최소한 4년 늦어질 것이며,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5G 서비스 비용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언론은 '친 트럼프'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화웨이 배제를 결정할 수 있으나 최대 무역·투자 파트너인 중국의 보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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