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야권 결집 수만명 집회 "군부 꼭두각시 총리 물러나라"
"군부, 부정선거로 칸 정부 세워"…몇 주간 전국 시위 추진
"군부 정치 개입 맞서 모든 야당이 힘을 합친 것은 처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야권이 임란 칸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야권 지도자들과 지지자 수만 명이 16일(현지시간) 북동부 구지란왈라의 경기장에서 집회를 갖고 전국적인 반정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이 17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파키스탄인민당(PPP) 등 10여개 야당은 지난달 파키스탄민주운동(PDM)이라는 연합 조직체를 결성, 이런 집회를 추진했다.
야권은 칸 총리가 군부의 입김 속에 총리가 됐으며 2018년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딸로 파키스탄 무슬림연맹을 이끄는 마리암 나와즈는 "우리의 투쟁은 불평등, 실업, 고물가 등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육군참모총장 카마르 자베드 바지와를 비난하며 "그가 내 정부를 넘어뜨리고 자기 뜻대로 칸 정부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병 치료를 이유로 영국에 머물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2007년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들인 파키스탄인민당의 지도자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도 참여했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독립 이후 여러 차례 정권을 잡는 등 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왔고, 그간 야권은 2018년 8월 취임한 칸 총리가 군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야권 지지자들은 이날 "칸의 시간은 다 됐다. 이제 물러나라"고 소리를 외쳤다.
이들은 집회 후 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야권은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전국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벌여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부의 정치 개입에 맞서기 위해 모든 야당이 힘을 합친 것은 파키스탄 역사상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칸 총리는 "야권의 캠페인은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나를 협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칸 정부는 이번 집회를 앞두고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인 파키스탄 무슬림연맹
의 지도자 셰바즈 샤리프,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전 대통령 등 야권 인사 수백명을 체포했다.
수년 전부터 경제난에 허덕이는 파키스탄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과 관련해 빚더미에 올라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부분 무시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규모 집회를 계기로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7일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으로 파키스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2만2천452명이다. 한때 6천명을 넘어섰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8월 이후 1천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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