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전 국방장관이 카르텔 마약 밀매 도와"…미국서 체포(종합)
2012∼2018년 장관 지낸 시엔푸에고스…미 검찰이 기소
"뇌물 받고 카르텔 비호…마약 수송 배편 찾아주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직전 정권의 국방장관이 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받고 마약 거래를 도운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AP·블룸버그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검찰의 문서를 인용해 살바도르 시엔푸에고스(72) 전 멕시코 국방장관이 마약 밀매와 돈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멕시코 대통령 임기 전체인 2012∼2018년 국방장관을 지낸 퇴역 장성 시엔푸에고스는 전날 가족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외신에 따르면 미 검찰은 시엔푸에고스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 지난해 8월 이미 그를 기소했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시엔푸에고스가 장관 재직 시절인 2015∼2017년 코카인과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마리화나 등 마약 수천 킬로그램의 생산과 유통에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가 지위를 남용해 "극도로 폭력적인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인 H-2 카르텔을 도왔다"며 "뇌물을 받고 H-2 카르텔이 멕시코에서 처벌받지 않고 활동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H-2 카르텔은 현지에서 '벨트란 레이바 카르텔'로 알려진 조직으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이 이끌던 시날로아 카르텔에서 갈라져나와 시날로아와 나야리트주 등지에서 활동했다.
미 검찰은 '대부'라는 별칭으로 불린 시엔푸에고스와 카르텔 지도부 간에 오간 블랙베리 메신저 대화 수천 건을 증거로 확보했다.
대화 속엔 시엔푸에고스가 해당 카르텔에 대한 군사작전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거나 경쟁 조직에 대한 작전을 언질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약 수송을 위한 배편을 알아봐주거나 카르텔 지도부를 다른 정부 관리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또 그가 미 당국의 수사 상황을 카르텔에 흘리면서 카르텔 조직원 한 명이 미 당국의 정보원이라는 누명을 쓰고 살해되도록 했다고 미 검찰은 밝혔다.
마약 범죄 소탕을 지휘하는 군 수장이 카르텔과 공모하고 범죄를 도왔다는 사실은 멕시코 군 전체의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이다.
멕시코의 군 고위 인사가 미국에서 마약 관련 범죄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엔푸에고스는 최근 1년새 미국에서 체포된 두 번째 멕시코 전직 장관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펠리페 칼데론 전 정권(2006∼2012년)에서 공공치안 장관을 지낸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가 카르텔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미국에서 체포돼 기소된 바 있다.
가르시아 루나는 칼데론 전 대통령이 시작한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설계하고 지휘한 인물인데, 이전 2개 정권에서 마약 카르텔과 싸웠던 장관 2명이 모두 마약 범죄 혐의를 받는 셈이다.
특히 군은 그동안 경찰이나 다른 기관에 비해선 부패 집단이라는 오명을 덜 받아온 조직이라는 점에서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전 정권 국가기관의 부패를 비난해온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군에 기간 시설 건설이나 의료물자 배포 등의 중책을 맡기며 믿음을 보여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2명이 전직 장관이 카르텔과 연루돼 미국에 붙잡혀 있는 것이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이전 정부가 "마약 정부이자 마피아 정부"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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