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전 국방장관, '마약범죄 연루' 혐의로 미국서 체포

입력 2020-10-16 23:38
멕시코 전 국방장관, '마약범죄 연루' 혐의로 미국서 체포

지난해 전 치안장관 이어 전직 장관 2명째 미국서 붙잡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직전 정권의 국방장관이 마약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살바도르 시엔푸에고스(72) 전 장관의 체포 소식을 언급하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엔푸에고스 전 장관이 마약 밀매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며, 2주 전 주미 대사로부터 미 당국이 시엔푸에고스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퇴역 장성으로,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 임기 전체인 2012∼2018년 국방장관을 지낸 시엔푸에고스는 전날 가족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미 경찰에 체포됐다.

아직 미국 측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AP·로이터통신 등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그가 미 마약단속국(DEA)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따라 붙잡혔으며, 마약 밀매와 돈세탁 혐의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마약 카르텔 소탕을 지휘하는 군 수장이 마약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멕시코 군 전체의 신뢰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멕시코의 군 고위 인사가 미국서 마약 관련 범죄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엔푸에고스는 최근 1년새 미국서 체포된 두 번째 멕시코 전직 장관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펠리페 칼데론 전 정권(2006∼2012년)에서 공공치안 장관을 지낸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 등 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돼 기소된 바 있다.

가르시아 루나는 칼데론 전 대통령이 시작한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설계하고 지휘한 인물인데, 이전 2개 정권에서 마약 카르텔과 싸웠던 장관 2명이 모두 마약 범죄 혐의를 받는 셈이다.

특히 군은 그동안 경찰이나 다른 기관에 비해선 부패 집단이라는 오명을 덜 받아온 조직이라는 점에서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전 정권 국가기관의 부패를 비난해온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군에 중책을 잇따라 부여하며 믿음을 보여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2명이 전직 장관이 카르텔과 연루돼 미국에 붙잡혀 있는 것이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이전 정부가 "마약 정부이자 마피아 정부"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2018년 좌파 정권교체를 이루고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페냐 니에토와 칼데론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의 부패 혐의 심판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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