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거꾸로' 운전하기
왼쪽 차선 운행 적응에 어려움…왕복 12차로 장쾌한 도로 '시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차량 운전을 거꾸로 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한국에선 도로 오른편으로 통행해야 하지만 남아공에선 영국처럼 도로 왼쪽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영국과 비슷하면서도 남반구라서 대조적인 면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가장 큰 이 차이를 거슬러 운전하면 자칫 큰 낭패를 보거나 심지어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남아공 적응 6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어디를 들렀다가 무심코 접어든 길이 오른편 도로여서 내심 당황한 적이 두어번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록다운(봉쇄령) 때문에 그동안 운전을 많이 못해서 그럴 수 있지만, 그만큼 한국에서 익힌 운전습관이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소리다.
남아공 도착 6개월 이내에 한두 번 크고 작은 사고를 겪을 수 있는데 이 시기를 사고 없이 통과하면 나머지 체류 기간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남아공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지 않아서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 점은 미국보다 더 심한 거 같다.
어쨌든 도로 운행 좌우가 거꾸로인 남아공에선 이런 '의식적' 운전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디 갈 때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한다고 하는데 잊어먹기 일쑤여서 차 운전석에 앉았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 마스크를 가져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운전석 옆에 마스크를 여벌로 놔두면 잊어먹고 어느 정도 가다가도 활용할 수 있다.
남아공 도로에서 또 눈에 띄는 차이는 바로 회전교차로가 많다는 것이다.
왕복 2차로 사거리나 삼거리에선 대체로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있다.
빙글빙글 돌아서 나가는 게 처음에는 조금 재미있기도 했다.
미국처럼 사거리에서 일단 정지하고 오른쪽에 먼저 다른 차량이 와서 경계선에 대면 그 차에 우선권이 주어지고 그다음에 내가 돌아서 나가면 된다.
비보호 우회전도, 비보호 좌회전인 우리나라와 다른 것 중 하나다. 신호등도 우리는 가로로 돼 있는 편이라면 여기선 세로로 돼 있다.
남아공 사람들의 운전 방식은 대체로 점잖은 편이다.
'로드셰딩'(순환정전)으로 사거리 도로 신호등이 꺼져도 교차로에서 차례대로 질서있게 운행한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한국처럼 끼어들거나 자신의 운행을 방해했다고 '보복 운전'을 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단, 미니버스 합승택시는 운전이 거친 편이다.
그래서 운전 방식만 좀 익히면 여성이 상대적으로 운전하기 편하다고 현지에서 오래 생활한 한 교민은 말했다.
남아공 도로 상황은 수도권과 지방이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와 남아공 최대 경제중심인 인근 요하네스버그 사이 N1 고속도로는 한마디로 장쾌하다.
보통 왕복 8차로나 10차로이고 미드란드 인근 같은 곳은 광화문 세종로보다 훨씬 넓은 왕복 12차로나 된다.
최고 속도 제한은 보통 120㎞이다.
차들이 가장 오른쪽 고속 추월 주행차선을 시원시원하게 달린다.
차종은 대부분 BMW, 폴크스바겐, 포드 등 다양한 외제차들이다. 남아공에서도 일부 차종은 자체 생산해 수출하며 지난해의 경우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레저나 짐을 운반하기 편하게 트레일러를 끄는 차들이 종종 눈에 띄고 픽업트럭도 상대적으로 많이 보인다.
최근 크루거 국립공원을 다녀올 때 N4 고속도로도 쭉 직선으로 뻗어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강원도쯤 해당되는 음푸말랑가주에서 산악 도로는 곳곳에 포트홀이 패여 있어서 타이어 파손 등 안전운전에 위협이 됐다. 포트홀을 메워도 비가 오면 또 파이곤 한다고 한다.
과속 적발에 따른 경찰 '딱지'도 주의사항이다.
다리 교각 밑에 경찰이 숨어 있으면서 과속 차량을 단속하곤 했다. 잠깐 제한속도 60㎞로 바뀌는 구간에 경찰이 있다가 속도 위반차량에 득달같이 뛰어와서 딱지를 끊는 모습에 왠지 '함정단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경찰이 법규 위반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뒷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아직 적지 않으며 공항에선 한 번에 제법 많은 2천 랜드(약 14만원)나 갈취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록다운 완화 상황에서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는 추세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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