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부 금지 칙령에도 1만 반정부 시위대 집회 강행

입력 2020-10-16 14:15
태국정부 금지 칙령에도 1만 반정부 시위대 집회 강행

"해산하라" 경고에도 강행…방콕 중심가 네거리 100~200m 꽉 차

비상조치 첫날 시위대에 밀려난 경찰 "16일도 모일 것"에 대응 주목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시위대는 해산하십시오. 5인 이상 정치집회를 금지하는 비상칙령이 발효됐습니다"

"이 정부는 우리를 개처럼 구석으로 밀어 넣지만, 우리는 벽에 등을 대고 물어버릴 것이다"

태국에서 3개월 가량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태국 정부가 사실상 정치 집회를 금지하는 초강수를 내놨지만, 반정부 세력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지난 15일 오전 4시에 5인 이상 정치 집회 금지·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 보도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비상칙령(emergency decree)을 발효했다.

그러나 반정부 집회 지도부는 정면으로 대항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쇼핑몰 등이 밀집한 방콕 최중심 상업지구인 랏차쁘라송 사거리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집회 예정 시간 두 시간여 전부터 센트럴 월드 백화점 앞 인도에는 총리실 건물 밖에서 밤샘하다 체포된 반정부 활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플래카드 시위가 진행됐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넘자 '2인 시위자'들 옆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0여명은 한목소리로 "쁘라윳 억빠이"(쁘라윳 나가라)면서 총리 퇴진을 촉구했다.

오후 4시를 앞두고는 이미 북쪽 빅시 마트 방향 한쪽으로 적지 않은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여성 경찰들이 팔짱을 끼고 1차 저지선을, 그 뒤로 남성 경찰들이 2차 저지선을 각각 형성했지만, 시위대 규모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뒤로 힘없이 물러났다.



오후 4시께 시위대는 도로 전 차선을 점령했다. 이후 집회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이 막고 있는 서쪽으로 행진하며 저지선을 밀어냈다.

이날 경찰은 집회 장소에 폭동 진압 경찰이 아닌 베레모에 경찰복 차림의 경찰들을 배치했다.

반정부 집회 지도부 중 한 명인 파노퐁 찻녹이 나타나면서 집회 열기가 고조됐다.

파노퐁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물러서지도, 도망가지도 그리고 어디로 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랏차쁘라송 네거리에는 수천 명의 집회 참석자들이 모였다.



남쪽에 저지선을 마련한 경찰은 차량에 부착된 대형 확성기를 이용해 비상조치 발효 사실을 거론하면서, 자진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이를 어기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집회 참석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후에는 일부 참석자들이 경찰 저지선을 조금씩 남쪽으로 밀어내면서 오후 6시께에는 랏차쁘라송 네거리 사방 100~200m가량은 완전히 시민들로 가득 찼다.

1만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연사의 발언에 휴대전화 불빛으로 호응했다.

집회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랏차쁘라송 교차로는 유명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이 밀집해 평소에도 젊은 층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집회가 열리기 전 경찰이 시민들을 몰아내 반발을 샀던 교차로 위 고가통로에도 오후 6시가 넘으면서 많은 이들이 몰렸다.

이 과정에서 지상철(MRT) 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내려놓은 철제 셔터도 부서졌다.

시민들은 고가통로에서 집회 발언에 호응하기도 했고, 거대한 인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만 일간 방콕포스트는 고가통로 구조물이 얼마나 많은 중량을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와 참여자들의 연설이 이어지며 집회는 밤까지 이어졌다.

집회 지도부는 이날(16일) 오후 5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7시)에 다시 랏차쁘라송 거리에 모여 총리 퇴진 등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조치 첫날에는 집회 참석자들에 의해 밀린 경찰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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