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에린 월 44세로 별세…모차르트ㆍ슈트라우스에 탁월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 말러 등의 작품에 탁월했던 미국 소프라노 가수 에린 월(1975~2020)이 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향년 44세.
시카고 언론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CSO)와 시카고 리릭오페라(Lyric Opera of Chicago) 등에서 활약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월이 지난 8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오가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15일 전했다. 사인은 유방암 전이 합병증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미국인 음악가 부모 아래 태어나 밴쿠버에서 성장한 월은 처음엔 피아니스트로 출발했으나 대학 재학시절부터 성악에 집중했다.
26세 때인 2001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단의 오페라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 대상으로 발탁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새해 전야 특별 공연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프란츠 레하르의 곡을 노래하며 주목받았다.
2004년 리릭 오페라단이 창단 50주년 기념작으로 무대에 올린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여주인공 돈나 안나 역을 열연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200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다.
이후 북미·유럽·아시아를 오가며 이탈리아 라 스칼라, 파리 국립 오페라 등 세계 정상급 오페라단·교향악단과 함께 수많은 작품을 공연했다. 그는 특히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곡을 잘 소화한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2017년 말 암 진단을 받았다. 2018년 초 리릭 오페라단이 기획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마르그리트 역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결국 치료를 위해 포기했다.
이후 그는 블로그를 통해 암투병 과정을 꾸준히 공유하며 팬들의 성원을 받았다. 2018 뉴욕 마라톤에 출전, 완주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월은 같은 해 11월, 투병 와중에 '예술적 본거지'인 리릭 오페라단으로 돌아와 모차르트 '이도메네오'의 엘렉트라 공주로 분했고, 이어 12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생애 마지막 작품 '네 개의 마지막 노래'(Four Last Songs)를 공연했다.
월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리릭 오페라단의 앤서니 프로이드 단장은 "모두가 가슴 아파하고 있다"면서 "월의 예술성과 긍정적 정신력, 헌신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2014년 엘가의 오라토리오 '주의 왕국'(The Kingdom)에서 월과 협연한 지휘거장 앤드루 데이비스 시카고 리릭오페라단 음악감독은 "그처럼 편안하면서면도 통렬하게, 그 누구도 그보다 더 아름답게 노래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그녀가 노래하던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월은 캐나다 오페라단의 예술기획 디렉터인 남편 로베르토 모로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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