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출근 못할 때 코로나 재택근무자는 일해야 할까?

입력 2020-10-15 15:25
태풍으로 출근 못할 때 코로나 재택근무자는 일해야 할까?

재택근무·온라인 수업 이어지면서 직장·학교 폐쇄 의미 퇴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태풍이 빈번한 홍콩에서 태풍경보에 '코로나 시대 뉴노멀' 적용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15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한 노동법 전문가가 노동부에 기상 경보 대응 매뉴얼의 수정을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대응 매뉴얼에 재택근무에 대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향후 노사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은 단계가 높아질 수록 심각한 10단계까지로 구성된 태풍경보에서 8단계 이상일 때 직장·학교 폐쇄 조치가 내려진다.

지난 13일 태풍 낭카가 접근했을 때도 8단계인 '시그널 8호' 경보가 발령되면서 모든 직장과 학교가 문을 닫았고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예년 같으면 이런 날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휴일'이었다. 특히 금융계 등 이른바 '화이트 칼라' 노동자 중에는 '시그널 8호' 발령을 은근히 반기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학교들은 이날 일제히 코로나 시대의 수업방식으로 자리잡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등교수업을 중단했을 뿐 학교 수업은 온라인을 통해 정상 진행된 것이다.

관공서와 기업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작년까지는 태풍으로 출근을 못하는 날은 업무를 쉬었지만, 올해는 코로나에 따른 재택근무가 익숙해진 상태에서 태풍이 왔다는 이유로 일을 안 한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3일 18만 공무원은 출근을 하지 않았지만 상당수가 집에서 업무를 봤다.

또 홍콩 최대 은행 HSBC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 기상상태를 확인하라고 요청했다. 일을 쉬어도 된다는 지시가 없었다는 얘기다.

또 항셍은행은 "직원들은 집에서 재택근무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 회사원은 "회사가 일을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원격근무를 해야한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형성된 것으로 보였다"면서 "어차피 해야할 일이어서 집에서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라고 요청했을 때 불만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재의 대응 매뉴얼을 신속히 수정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일하는 장소의 안전성, 재택근무에 필요한 업무환경 조성, 재택근무시 사용한 장비에 대한 보상 등에 관한 사항이 전반적으로 고려돼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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