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시진핑의 선전 방문에 '촉각'…경제·군사 동향에 관심
NYT "높아지는 세계의 장벽 맞이한 시진핑 국내 혁신 강조"
CNN "미·중 갈등 속 해병대 방문 전쟁준비·경계태세 주문"
(서울=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개혁·개방 1번지' 광둥(廣東)성 선전 방문을 두고 미국 언론이 그 의도와 파장을 파악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언론은 시 주석의 선전 방문이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를 앞두고 진행된 점에 주목하며 향후 정치·경제·군사 분야에서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중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을 방문해 첨단기술 분야 국내 혁신을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1980년 '경제특구'로 조성된 선전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설계한 개혁개방의 인큐베이터로 중국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도시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이 도시에 유치해 기술을 이식하면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았다.
이곳에는 아직도 세계 최대 스마트폰 판매사 중 하나로 미국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는 화웨이 등 중국 대기업의 본사가 있다.
시 주석은 선전 경제특구 출범 40주년 기념 연설에서 "세계가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중국이 글로벌 기술혁명에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은 외국 자본과 기술 유치를 강조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중국 토종 기업의 기술과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의 균형을 바꾸자는 주문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견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서방의 움직임을 내부적인 혁신으로 넘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달 말 열리는 19기 5중전회에서 국내 혁신과 소비지출 확대를 포함한 향후 5년간 경제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아직 대만이나 한국에 뒤처져 있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NYT는 짚었다.
시 주석이 선전 방문을 통해 홍콩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려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이날로 예정됐던 시정연설을 11월로 미루고 선전 경제특구 지정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장 피에르 카베스탕 홍콩침례대학 교수는 "홍콩이 중국 본토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CNN 방송은 시 주석이 차오저우에 있는 인민해방군 해병대를 방문한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해병대를 방문해 "전쟁 준비에 집중하라"라거나 "경계태세를 유지하라"는 등의 주문을 했다.
CNN은 시 주석의 선전 방문 목적이 경제특구 지정 40주년 기념식이지만, 미·중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대만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이슈를 둘러싸고 양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군부대 방문이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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