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코로나19 확산세 미국 추월…의료대란 터질라 비상국면

입력 2020-10-15 10:51
수정 2020-10-15 13:24
유럽, 코로나19 확산세 미국 추월…의료대란 터질라 비상국면

영국 단계별 대응·프랑스 야간통금·독일 개인모임 제한

보건-경제 딜레마 속 "전명봉쇄 필요" 목소리도

전문가들 '중대고비' 진단…"제어 실패하면 의료체계 붕괴"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확산세가 미국을 추월했다.

각국 정부는 전국적 전면 봉쇄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지역이나 계층을 겨냥한 조처에 나서고 있지만, 전면 봉쇄를 하라는 촉구가 나오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정부가 감염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병원에 환자가 넘치는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의 세계최악 창궐 넘어선 유럽의 들불확산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집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27개국과 영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7만8천명 늘었다. 100만명당 152명꼴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확진자 4만9천명, 100만명당 150명을 넘어섰다.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세계 최악의 창궐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을 추월한 것은 지난봄 코로나19가 정점이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유럽의 신규 확진자수는 임계치에 도달했다. 지난 6월 말 플로리다주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신규 확진이 치솟았을 때 미국이 직면했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WSJ은 지적했다.

다만, 유럽의 인구 대비 하루평균 사망자수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의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사망자수는 100만명당 2명으로 유럽 평균의 2배다.

유럽의 과열지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이들 중 양성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이는 검사 속도보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검사자 중 양성 비율을 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9월 말 기준 프랑스의 양성 비율은 9%로 지난여름보다 3배로 늘어났다. 스페인은 10%, 영국은 3%다.



◇ 또 닥친 보건-경제 딜레마…"전면봉쇄 하라" 목소리 높아져

유럽 각국 정부는 전국적 봉쇄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산 지역이나 계층을 겨냥해 방역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특정한 도시나 지역, 청년과 같은 인구를 단속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급격히 늘어나는 확진자수에 대항하는데 역부족으로 판명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의 100만명당 확진자는 하루 250명에 달해 미국이 지난 7월 기록했던 정점을 넘어선다.

영국 정부는 전국 봉쇄조치 대신 지역별 감염률에 따라 제한조치를 달리하는 코로나19 대응 3단계 시스템을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속도가 빨라지자 오히려 야당에서 영국 전역에서 2∼3주간 펍과 식당 영업을 정지하고 가구간 만남을 제한하는 '미니 봉쇄조치', 이른바 '서킷브레이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인 일드프랑스, 마르세유, 리옹 등 9개 지역에서 최소 4주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프랑스 전체 인구 6천700만여명 중 2천만여명, 즉 30% 가까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지역들에서 합당한 이유 없이 통금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 135유로(약 18만원)를 내야 한다.

독일 16개 주 정부는 술집 야간 영업 금지, 개인적 모임 제한 강화 등 초강경 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7일간 신규 감염자가 10만명당 50명에서 35명으로 내려가야 통제를 완화한다.

플라비오 톡스베어드 영국 캠브리지대 감염병 경제학 전문가는 WSJ에 "신규 확진자수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심각한 고비…"확산억제 실패하면 의료대란 터진다"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보건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감염을 제어하지 못하면 병원에 환자가 넘치게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확진자가 고공행진하면 감염접촉 추적자들에게도 과부하가 걸려 잠재적 감염자를 선별하고, 감염의 고리를 끊는 게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확산을 제어하기 위한 노력이 수포가 될 수 있다.

린다 볼드 에딘버러 대학 공공보건학과 교수는 "각국이 지금 시도하는 것은 시간을 벌고, 겨울을 나는 것"이라며 "이는 현 수준에서 신규확진자수를 끌어내려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병원 입원도 급증하고 있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프랑스, 스페인, 영국을 포함한 19개 유럽국가 중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10월 초 지난 4월 정점 때보다 약 25%가량 늘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하나인 라파스 종합병원의 집중치료 병상 30개는 모두 코로나19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 병원의 코로나19 환자는 220명이다.

이 병원의 의사인 다니엘 베르나보는 "코로나19의 첫 파도가 우리를 쓰나미처럼 덮쳤다면 2차 파도는 밀물같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리버풀의 감염병 전문의 톰 윙필드는 "역내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들의 입원이 급증하면서 다른 일상적 수술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병상 압박이 쌓이는 가운데 긴 겨울을 앞두고 있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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