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안보협의회 기자회견 돌연 취소…"미측 사정"(종합)
미 '8월 이후 외국 장관과 회견 안해' 등 이유로 전날 늦게 취소 요청
시작 전날 취소 요청 '이례적'…배경 놓고 해석 분분
양국 현안조율 이상 생겼나…미측, 대선 앞 민감질문 꺼렸을 가능성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이상헌 특파원 = 한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후 개최키로 한 공동 기자회견이 갑자기 취소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SCM을 개최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 측은 SCM 개최 전 자신들의 사정을 이유로 회견을 취소하자고 전날 오후 늦게 한국 측에 양해를 구했고, 한국 측도 이에 동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에스퍼 장관이 지난 8월 이후 외국 장관 등과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어제 저녁 미국 측에서 정중히 양해를 구해왔다"며 "SCM 호스트가 정하는 대로 따라가는 관례가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요구에 한국 측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 측이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줬고 내부 검토 결과 수용키로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대신 양국 장관이 당초 기자회견 때 하려고 한 발언은 SCM 시작 직후 언론에 공개된 형태의 모두발언으로 대체했다.
에스퍼 장관이 회견 취소를 요청한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사전에 예정된 회견을 취소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임을 감안하면 양국 간 현안에 대한 이견이 불거졌거나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 있다. 외교적 결례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서 장관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인 이번 회의에서 한미는 ▲ 한반도 안보 정세 평가 및 정책 공조 ▲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 ▲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주요 동맹 현안 전반을 논의키로 했다.
다만 양국은 SCM 종료 후 공동성명은 예정대로 내놓았다.
미국 측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선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현안들이 기자회견에서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최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신형 무기를 선보인 데다 교착 상태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이 나올 경우 득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SCM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도 서 장관이 공군 공중급유기를 타고 방미하는 등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지만, 결국 SCM의 백미인 공동기자회견은 무산된 채 막을 내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면 SCM 회담과 관련해 "서 장관의 의지가 있었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대면 접촉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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