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개편·실적회복·코나화재…정의선 앞에 놓인 과제들
2년전 무산된 순환출자고리 해소 재추진할듯…중고차 시장 진출도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권희원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글로벌 시장 대응, 중국 실적 개선까지 만만찮은 숙제들이 신임 회장 앞에 놓여있다.
◇ 2년전 못했던 지배구조 개편…이번엔 할까
재계에서는 2년 전 완수하지 못했던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모비스[250060]-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086280]-현대모비스[012330]-현대차' 등 복잡하게 꼬여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정 신임 회장의 입장에서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011210] 1.95%, 현대오토에버[307950] 9.57% 등이다.
정부가 소수의 자본으로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은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었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현대모비스의 3개 주력사업(모듈, AS, 핵심부품·투자) 가운데 모듈·AS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개편이 실행됐다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계열사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모비스 보통주를 보유한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글로비스로부터 모비스가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난색을 보였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까지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개편은 무산됐다.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의 재추진은 2년 동안 얼마만큼의 보완과 개선이 이뤄졌는지에 달려있다.
2018년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이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할 것"이라고 직접 밝힌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미 개선된 개편안의 윤곽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개편안으로는 모비스를 인적 분할한 뒤 재상장을 통해 시장 평가를 받고 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이나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투자 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 중국 실적 회복·중고차 시장 진출 등 과제 산적
코로나19로 반 토막이 난 영업이익 회복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 실적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5천903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52.3% 감소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이 동반 부진해서 세계 자동차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현대차 중국 판매는 114만2천16대로 시장 점유율이 5.1%였지만, 지난해 65만123대에 시장점유율 3.1%로 하락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열린 '2020 제16회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중국형 신형 아반떼와 신형 투싼을 선보이며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코나(이하 코나EV) 화재, 중고차 시장 진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도 정 회장이 신경 써야 할 이슈다.
현대차는 최근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코나EV에 대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지만, 전기차 안정성 논란의 후폭풍은 가시지 않고 있다.
코나EV의 화재 원인이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이라는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051910]이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선보일 계획까지 세운 현대차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소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이달 초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아직 현대차의 구체적인 중고차 사업 방식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진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대기업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할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판매업으로 이익을 내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 현대차, 중고차 업계가 상생 방안을 협의한 뒤에야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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