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두번은 무리? 코로나 2차 대유행에도 봉쇄령 회의론
서방보건당국·전문가, 선택지서 전면봉쇄 배제…국소적 봉쇄나 추적·격리 선호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유럽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파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봄철에 단행했던 것과 같은 전면봉쇄(Lockdown)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서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에 이 질병에 대한 정보가 빈약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정체와 감염경로에 대해 상당한 정보가 쌓였고 , 시민들도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초래하는 봉쇄에 대해 반감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전면봉쇄 방안에 대해 서방의 보건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전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상황이 심각한 유럽국가들은 섣불리 전면봉쇄 카드를 꺼내 들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3주간 신규 확진자가 네 배로 늘고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수도 지난 3월 말 전명봉쇄를 단행할 때의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전면봉쇄 카드는 배제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12일 회견에서 가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제2 봉쇄조치를 적용하는 것은 올바른 대책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국은 대신 3단계 대응 체계를 발표했다. 지역별로 제각각 내려진 봉쇄조치를 단순화해 지역별 감염률에 따라 '보통'(medium), '높음'(high), '매우 높음'(very high)의 3단계로 나눠 대응의 강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매일 신규확진자가 2만명 넘게 나오고 있지만, 전면봉쇄 카드는 정부의 선택지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시민들의 이동권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방식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장 카스텍스 총리는 12일 프랑스앵포 라디오에 출연해 "올봄과 같은 전면 봉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전면봉쇄가 아닌 지역별, 업종별로 국지적으로 이동의 자유나 영업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봉쇄령보다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방식인 '진단·추적·격리'를 지속해서 권고한다.
영국 로잘린드프랭클린연구소의 제임스 나이스미스 소장은 이와 관련해 "공중보건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전면봉쇄에 대한 대중의 지지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면봉쇄에 반대해온 스탠퍼드의대 자얀타 바타차리야 교수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매우 빨리 변한다"면서 "올 3월에 나는 혼자라고 느꼈지만, 지금은 봉쇄에 반대하는 의료진과 전문가들이 매우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전면봉쇄를 배제하는 것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 3월 병리학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어떻게 확산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컨센서스가 없었고, 많은 전문가가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해 전면봉쇄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WSJ는 "당시에는 어떤 집단에서 전염성이 강한지, 어떤 조치가 효과가 있는지 불분명했지만, 이후 전문가들은 마스크의 효용성,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쉽게 퍼지는지, 어느 연령대가 가장 취약한지 등을 토론했고, 현재는 이런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