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구치소서 수감 야권인사들 면담…민스크선 시위 계속(종합)

입력 2020-10-12 01:04
루카셴코, 구치소서 수감 야권인사들 면담…민스크선 시위 계속(종합)

야권에 화해 제스처…전 야권 대선후보 "감옥 내 대화 의미없어"

수도서 야권 지지자 수천명 저항시위…참가자 크게 줄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대선 부정 논란으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수감 중인 야권 지도자들을 구치소로 찾아가 면담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대선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으로 드러난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야권의 불복 시위가 두 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보안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산하 구치소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여러 수감 시설에 갇혀 있는 야권 인사들을 만났다.

이날 면담에는 지난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설 유력한 야권 후보로 점쳐지다 부정 혐의로 전격 체포돼 수감 중인 금융인 출신의 빅토르 바바리코와 그의 아들 에두아르트, 정권 교체를 추진하는 야권 단체인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리리야 블라소바 등 11명의 야권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의 갑부 은행가로 대선 도전을 선언했던 바바리코는 한때 자신이 운영했던 은행의 돈세탁·탈세 등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6월 중순 아들 에두아르트와 함께 당국에 체포됐다.

블라소바는 벨라루스 당국이 정권 찬탈을 기도하는 불법 단체로 규정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7명 가운데 1명이다.

친정부 성향의 벨라루스 현지 언론은 "구치소에서 대통령이 4시간 30분 동안 수감 중인 야권 대표들과 만났다"면서 "면담 목적은 모두의 의견을 듣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루카셴코는 야권 대표들과 정국 혼란 타개 방안으로 개헌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세한 면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루카셴코는 그동안 야권의 자진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로 나누어주는 등의 개헌을 양보 책으로 제시했었다.

이와 함께 지난 대선에서 루카셴코와 경쟁했으나 대선 후 신변 안전 위협으로 이웃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있는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역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남편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와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통화했다고 티하놉스카야 진영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혔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남편을 대신해 대선에 출마했었다.

하지만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대통령과 야권 인사들의 구치소 면담에 대해 대화를 감옥에서 진행할 수는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그는 "오늘 사건은 우리의 압박의 결과다. 이 면담으로 루카셴코는 스스로 범죄자로 부르던 정치범의 존재를 시인했다"면서 "만일 그가 대화 용의를 보여주고 싶다면 즉각 정치범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의 저항을 약화시키기 위해 개헌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평화적으로 재선거를 쟁취할 것이다"라고 지속적 저항 의지를 밝혔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달 23일 전격적으로 공식 취임해 6기 임기를 시작했다.



벨라루스 야권은 11일에도 대선 불복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수도 민스크에선 수천 명이 루카셴코 퇴진과 재선거 실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과 폭동진압부대 오몬(OMON) 요원들은 물대포를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해산하는 한편 일부 참가자들을 체포해 연행했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이날 민스크 시위에서 수십명을 연행했다고 밝혔고, 현지 인권단체 '베스나'(봄)는 벨라루스 전체에서 기자들을 포함해 약 8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권 시위 참가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1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으나 이날 시위 참가자 수는 수천 명을 넘지 않았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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