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정국 혼란 지속…전 대통령 체포
야당 대표 좌파로프, 총리 대행으로 선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총선 부정 의혹으로 선거 불복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정국 혼란이 6일째 이어졌다.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현 대통령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야권의 사디르 좌파로프 '메켄칠'(애국자당) 당수가 10일(현지시간) 총리 대행으로 선출됐으며, 현 대통령의 정적인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이 체포됐다.
타스·AP 등 외신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이날 해임된 쿠바트벡 보로노프 전 총리의 후임으로 좌파로프 당수를 총리 대행으로 선출했다.
좌파로프가 총리 대행으로 선출되기에 앞서 믹티벡 아브딜다예프 의회 의장이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지난 7일 의장으로 선출됐다.
부패 혐의로 수감 중이다가 며칠 전 석방된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이날 다시 체포됐다.
앞서 아탐바예프 지지자들은 그가 수감된 국가보안위원회(KGB) 산하 구치소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으며, 당국은 아탐바예프를 석방한 바 있다.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전날 보로노프 총리를 해임하고 그가 이끈 내각을 해산했다.
제엔베코프는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합법적인 정부 부처 수장들이 확정되고, 국가가 법의 궤도로 돌아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도 비슈케크에 21일 오전 8시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내무차관(경찰차장) 알마즈벡 오로잘리예프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계엄령이 선포된 비슈케크에서는 이날 큰 소요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치러진 키르기스스탄 총선에선 잠정 개표 결과 제엔베코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과 친정부 성향 정당들이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비슈케크와 주요 지방 도시들에서 거센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조사를 거쳐 대규모 부정 사례를 이유로 선거 결과에 대한 무효를 선언했다.
야당 의원들은 동시에 제엔베코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논의하면서 그의 사임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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