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서 다시 이는 '미투'…정치권도 '흔들'
각계 여성 성차별·성희롱 고발 잇따라…주요 정당 대표 사임도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양성평등 수준이 높은 나라로 인식되는 덴마크에서 최근 여성 수천명이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를 공개하고 나서면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새롭게 일고 있다.
10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에서는 최근 주요 정당 가운데 하나인 사회자유당의 모르텐 외스테르고르 대표가 10년 전 여성 동료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놨던 사실이 알려진 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사실을 폭로한 동료 의원인 로테 로드는 페이스북에 "모르텐은 사과했고 나는 그를 용서했다"면서 "문제는 더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가 아니라 사건이 다뤄지는 방식"이라면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7년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했을 당시 덴마크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덴마크 호르후스 대학의 문화·미디어학 부교수는 덴마크에서 미투 운동은 소수의 문제로 여겨지곤 한다면서 덴마크인들은 자신을 진보적이고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우리를 성차별에 관해 깨닫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유명인, 의사, 학자, 음악가를 포함한 수천 명의 여성이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당했던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문제가 다시 전면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8월 덴마크의 유명 여성 TV 진행자 소피 리네가 생방송에서 12년 전 한 방송국 고위 간부가 출세하게 해주겠다면서 유사 성행위를 요구해 거절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덴마크 평등부 장관은 직장 내 성희롱을 끝내고 싶다고 밝혔고, 1천600명의 여성이 일하면서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히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덴마크의 전·현직 여성 정치인과 의회 직원 322명도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서한에 서명했다.
덴마크 로스킬레 대학의 인류학자인 크리스티안 그로스는 AFP에 "이런 증언은 도미노 효과를 유발하고 집단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만든다"라면서 "2017∼18년에는 토론이 있었다면, 지금은 사회 정의 운동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달 말 "우리는 관계가 평등한 직장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레데릭센 총리는 2008년 15세 소녀와 성관계를 한 사실을 인정한 뒤 사회민주당 외무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예페 코포드를 외무장관으로 임명한 결정을 다시 한번 해명해야 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덴마크에서 합법적으로 성관계를 승낙할 수 있는 나이는 15세다. 12년 전 34세였던 코포드는 당시 "판단 착오이자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사과했다.
이후 그는 2019년 총선으로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이 소수 정부를 구성하게 되면서 외무장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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