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 속도 한계는 초속 36㎞…다이아몬드 통과 때 두 배
목성 핵에서나 가능한 고체화된 수소 원자 통과 때 최대 속도
<YNAPHOTO path='AKR20201010034800009_05_i.gif' id='AKR20201010034800009_0701' title='고온 가스와 액체 등에서 소리가 전파되는 구형(球形) 종파 ' caption='[Thierry Dugnolle/위키미디어 제공] '/>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음파가 갖는 속도의 한계는 초속 36㎞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목성 핵에서나 구현될 수 있는 속도로 지구상의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를 통과할 때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섭씨 20도일 때 공기를 통과하는 음파의 속도는 초속 343m로 측정돼 있다.
퀸 메리 런던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 트로이츠크 고압물리학 연구소 등이 참여한 연구 협력단은 소리의 최고 속도 가능치를 산출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했다.
소리나 빛의 파동은 매개 물질을 진동하며 전파되는데 물이나 공기 등 어떤 매질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음파는 기체나 액체보다는 고체를 통과할 때, 고체 중에서도 고밀도 물체를 통과할 때 속도가 빠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기차가 오는 소리를 철로에 귀를 갖다 댈 때 더 먼저 들을 수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빛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진공 상태에서 초속 약 30만㎞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제시돼 있지만 음파는 최고 속도 한계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아 왔다.
퀸메리 런던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물리현상을 정량적으로 다룰 때 사용하는 기본 상수 중 '미세 구조 상수'(fine structure constant)와 '양성자와 전자 질량비'(proton-to-electron mass ratio) 등을 활용해 음파가 고체화된 수소원자를 통과할 때 가장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두 상수는 원래 양성자 붕괴와 핵융합 등과 같은 항성 내 핵반응과 관련된 것이나 재료과학과 응집물질 물리학에서 특정 물질의 음속 한계를 정하는 데 이용됐다.
연구팀은 다양한 물질을 대상으로 음속의 한계에 대한 이론적 예측을 시험하고, 음속이 원자의 질량에 따라 줄어든다는 예측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 원자가 다른 원자와 결합해 고체화한 곳에서 음파가 가장 빠르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소 원자는 100만 기압 이상의 초고압에서만 고체화하며 이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가스형 행성인 목성의 핵에서나 가능한 상태다. 이런 초고압에서 수소는 금속처럼 단단한 고체가 되며 구리처럼 전기를 전달하는 성질을 갖는다.
연구팀은 첨단 양자역학 연산을 통해 이 예측을 시험하고 수소 원자가 고체화한 곳에서 음속이 이론적 한계에 근접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논문 제1저자인 퀸메리 런던대학 물리학자 코스티야 트라첸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고온 초전도체나 쿼크 글루온 플라스마, 블랙홀 물리학 등과 관련된 점도나 열전도율 등 다른 속성의 한계를 찾아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과학적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있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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