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정 디지털화폐 공개 실험…5만명에 3만원씩 돌린다
광둥 선전서 '뽑기 당첨' 시민들 3천여개 상업시설서 자유롭게 사용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광둥성 선전(深천<土+川>) 시민 5만명에게 200위안(약 3만4천원)씩을 추첨을 통해 나눠준다.
그런데 시민들이 받는 돈은 전에 없던 새로운 '디지털 위안화'다.
중국이 일반 시민 다수를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에 나서면서 그간 베일에 싸인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가 드디어 전면에 나타나게 됐다.
10일 증권일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선전시는 공식 웨이신(微信·위챗) 계정을 통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공동으로 시민들에게 인터넷 추첨 방식으로 법정 디지털 화폐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민은행과 선전시는 추첨 방식으로 시민 5만명에게 200위안씩 총 1천만 위안(약 17억원)을 나눠준다.
당첨 결과는 오는 12일 발표된다.
당첨된 사람은 법정 디지털 화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200위안을 지급받는다. 오는 18일까지 선전 뤄후(羅湖)구의 3천389개 상업 시설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대규모 법정 디지털 화폐 제도 운영을 위한 점검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인민은행은 올해부터 선전(深천<土+川>), 슝안(雄安), 쑤저우(蘇州), 청두(成都),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 등지에서 폐쇄적으로 내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간혹 인터넷을 통해 일부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법정 디지털 화폐 사진이 떠돌기도 했지만 더 자세한 내용은 외부로 전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이 '기술 허브' 선전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공식 도입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여겨진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중 갈등이 날로 격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달러 국제결제망 배제 등 미국의 극단적인 공세 가능성까지 상정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팡싱하이(方星海)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차관)은 지난 6월 공개 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법정 디지털 화폐를 정식으로 발행해 사용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는 우선 자국 내 소액 현금 소비 거래를 대체할 예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무역 결제, 해외 송금 등으로도 용처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디지털 위안화가 '달러 제국'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도 굳이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충칭(重慶)직할시 시장을 지낸 황치판(黃奇帆)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달 경제 포럼에서 "일대일로 관련국과의 위안화 스와프, 청산결제 시스템 구축을 바탕으로 이들 국가와의 무역과 투자를 추진할 때 가능한 한 위안화로 가격 책정, 지불, 정산 등을 해야 한다"며 "(위안화)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더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사실상 이미 디지털 통화 개발을 기본적으로 마친 상태로 당·정 차원의 최종 투입 판단만 남은 단계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디지털 위안화는 현금 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기능 일부를 대체한다.
인민은행이 시중은행과 이동통신사 등 운영기관에 먼저 배분하고 고객은 이들 운영기관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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