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한반도 정책 구상은…트럼프 기조서 대전환 예고
'동맹 강화' 방위비 협상 숨통…주한미군 철수 없지만 "국제적 병력태세 검토"
'전략적 인내' 거리 두며 대북관여 시사…실무협상 전제 정상회담도 배제안해
동맹 한일 및 중국과의 공조 강조…6자회담 같은 다자틀 복원 나설까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다르지만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도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이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바이든 후보의 한반도 정책 기조는 이 표현으로 요약된다.
매키언 고문은 바이든 후보가 상원 의원이던 1980년대부터 30년 넘게 바이든을 보좌해온 최측근이자 캠프 외교안보팀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매키언 고문은 바이든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하면 외교·안보 분야의 한미 간 현안은 물론 북한 비핵화 등 북미 관계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조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한미관계를 매우 다르게 바라본다. 이것은 꽤 명확하다"고 단언했다.
매키언 고문은 우선 바이든 후보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의 전통적 동맹과 관계 회복 및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핵심 동맹과 즉시 통화해 '미국이 돌아왔다.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말부터 하겠다고 종종 언급한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바이든 후보의 대선공약집인 민주당 정강정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를 지칭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폐기가 집권 이후 업무의 시작이라고 적혀 있다. '동맹의 재창조'는 바이든의 핵심 기조 중 하나다.
이런 방향은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 현안 해결에 있어 바이든이 좀 더 우호적이고 유연한 태도로 임할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매키언 고문은 교착상태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검토하겠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거래적 방식'으로 접근하진 않겠다고 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폭 증액 요구를 "폭력단의 갈취행위"에 비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 주장에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방위비 분담금을 현행보다 5배 인상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 증액 폭을 50%로 낮추긴 했지만 13%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과 격차가 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석상에서 종종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바이든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동맹의 가치와 함께 주한미군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매키언 고문은 한미가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파트너이자 수십년간 긴밀히 협력한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철수에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중대 감축에도 상당히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바이든이 내년 1월 취임하면 국제적 병력태세 검토를 지시할 것이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방전략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의 재편 및 재배치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검토 과제에 포함되고,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도 일부 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다만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키언 고문은 바이든의 대선 승리 시 북한 비핵화 문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취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하며 기조 전환을 예고했다.
그는 "두어 번의 정상회담으로 풀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택한 북미 정상의 담판식 '톱다운'(top-down) 해법에 부정적 평가를 하고 "실무수준에서 진지한 외교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적인 비핵화 전략 차원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으로 봤을 뿐, 북한의 계속된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은 비판하지 않았다며 이 역시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핵화 협상의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한 것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어떤 대가도 얻지 못한 양보였다"고 평가했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한 연합훈련의 계속 필요성에 방점을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키언 고문의 발언 중 주목되는 부분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로 불리던 '전략적 인내'와 거리를 두면서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지점이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가 초창기 북한과 비핵화 해법 마련에 실패한 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적극적 관여 대신 경제제재에 집중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던 전략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매키언 고문이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수준이 4년 전보다 크게 향상됐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2017년 1월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는 대북 제재를 통한 압박 기조는 그대로 이어가겠지만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비해 북한과의 관여정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매키언은 "바이든은 비핵화 목표로 나아가게 하는 실제적 전략의 일환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본다"라고도 말했다.
비핵화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국, 일본,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톱다운' 방식보다는 주변국과의 공조, 특히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미 직접 대화 외에도 과거 6자회담 등과 같은 다자 협상 틀의 복원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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