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통령 토론진행자도 수난…"끼어들기 제어실패, 펜스에 경의"
"트럼프-바이든 때보다 나을바 없었다"…진행자 수전 페이지에 혹평
"펜스엔 부통령님, 해리스엔 그냥 이름…질문 게을리해 답변회피 방조"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폭스뉴스의 크리스 윌리스가 (지난달 29일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주도권을 내주면서 혹평을 받았지만 USA투데이의 수전 페이지 역시 더 나은 바가 없었다"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7일(현지시간)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학에서 열린 미 대선 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진행을 맡은 수전 페이지 USA투데이 워싱턴지국장에 대해 이같이 혹평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 간의 토론에서 두 후보가 상대 발언 시간에 끼어들기를 한 것은 물론 민감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는 행태를 보였음에도 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이날 토론에서 펜스 부통령은 지속해서 정해진 발언 시간을 초과하는 한편, 해리스 의원의 발언에 끼어들었고 페이지가 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페이지는 펜스 부통령에게 "당신의 선거캠프는 오늘 토론을 위한 규칙에 동의했다. 나는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여기 이 자리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리스 후보는 펜스 부통령이 끼어들기를 계속하자 "부통령님. 내가 얘기하고 있다"면서 직접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해리스 후보가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끼어들자 페이지는 "감사합니다. 상원 의원님. 펜스 부통령에게 대응할 기회를 줍시다"라며 충고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해리스 후보는 한때 "그(펜스 부통령)가 (내 발언을) 방해했다. 나는 (하던) 발언을 마치고 싶다. 제발"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페이지가 해리스 후보의 발언에 끼어들기를 한 펜스 부통령에게 "감사합니다" 또는 "감사합니다. 부통령님" 등의 언급을 22차례나 하면서 '경의'를 표시해 비난을 샀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페이지는 한때 해리스 후보를 그냥 '카멀라 해리스'라며 호칭 없이 이름만 불렀다 사과했고, 이에 해리스 후보는 "괜찮다. 나는 카멀라다"라고 받아넘겼다.
폴리티코는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지명에 따른 논란과 관련 '민주당이 대법관을 늘릴 의향이 있는지',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저 질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계획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페이지가 후속 질문을 게을리해 두 후보가 답변을 회피하도록 허용했다고 꼬집었다.
오바마케어는 기저 질환자에 대한 보장을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오바마케어의 비용과 보장 내용을 비판하며 더 나은 보험계획으로 교체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간 첫 TV토론에서도 끼어들기 등으로 토론이 파행을 빚어 진행자였던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리스 앵커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었다.
월리스는 토론회 이후 "그때 벌어진 일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라면서 "개탄스러웠다. 나는 진지한 토론을 준비하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미국인들이 원하고 누려야 할 토론이 되지 못한 까닭에 그들에게 훨씬 더 개탄스러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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