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아르메니아 11일째 교전…휴전 촉구 목소리 커져

입력 2020-10-07 23:56
아제르·아르메니아 11일째 교전…휴전 촉구 목소리 커져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 놓고 지난 달 27일부터 교전

러시아·이란·프랑스 등 확전 우려…휴전 촉구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교전이 11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휴전과 협상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개전 이후 아르메니아의 손실이 전차 250대, 화포 270문, 군용 차량 150대, 방공 시스템 60대,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 1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 국방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현재까지 아제르바이잔 군이 병력 3천754명, 무인기 127대, 헬기 16대, 항공기 17대, 전차 416대, 다연장로켓 4대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지난 달 27일부터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격전을 이어가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옛 소련의 구성국이던 시절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설립한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1992∼1994년 전쟁을 치렀다.

전쟁 결과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실효적으론 아르메니아가 지배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았으며, 미승인국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2017년 '아르차흐'로 명칭을 바꾸었다.



아르차흐 공화국은 개전 이후 전선에서 아제르바이잔 군과 싸우다 전사한 병사가 32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인적·물적 피해가 커지면서 국제사회는 조속한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이날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전 이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 정상 간 통화는 푸틴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아제르바이잔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제르-아르메니아 간 분쟁 상황을 논의했다"면서 "아제르바이잔-러시아 양국 관계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TV 방송 '로시야1'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분쟁 당사국들이 가능한 한 빨리 교전을 멈추고 휴전이 성립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와 함께 옛 소련권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임을 상기시키면서 러시아는 필요할 경우 CSTO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가 아제르-아르메니아 양국 간의 전면전으로 확산할 경우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갈등은 즉시 중단돼야 하며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과 유혈사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터키의 군사 개입은 분쟁의 국제화에 기름을 부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해왔으며, 아르메니아와 프랑스·러시아는 터키가 친(親)터키 시리아 반군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선에 투입했다고 비판해왔다.

터키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아제르바이잔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도울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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