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여성직업?…男 간호사시험 합격자 13년새 4%→15%

입력 2020-10-08 06:00
간호사는 여성직업?…男 간호사시험 합격자 13년새 4%→15%

여자 간호사 성적 대상화는 계속…"남자 간호사 늘어난다고 해결되지 않아"

남자 간호사 2만1천42명…58년만에 2만명 돌파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간호사 복장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간호사는 여성의 직업'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깨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 13년간 간호사 전체 합격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4%에서 15%까지 높아진 것이다.

8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20년도 제60회 간호사 국가시험 시행 결과 합격자 2만1천582명 중 남성 합격자는 3천179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14.7%에 달했다.

이는 2008년 3.3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당시 합격자 1만1천333명 중 남성 합격자는 449명에 불과했다. 이후 13년 동안 매년 남성 합격자의 수와 비율은 증가했다.

이번 합격자를 포함해 현재 우리나라 남자 간호사는 2만1천42명이 됐다. 지난 1962년 남자 간호사에 대해 면허가 처음 발급된 이후 58년만에 최초로 2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변화에도 간호사 직군이나 업무복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공고한 실정이다.

실제로 네이버, 유튜브 등 검색창에 '간호사' 혹은 '간호사 복장'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실제 간호사 복장과 동떨어진, 성적 대상화된 이미지가 먼저 노출된다.

K팝의 선두에 선 대형 연예 기획사도 이런 풍조를 그대로 답습했다. 지난 2일 공개된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 신곡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의 뮤직비디오에는 간호사를 연기한 제니가 몸에 달라붙는 짧은 치마 '코스튬'을 입고 나와 논란이 됐다. 의료단체와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소속사는 해당 장면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남성 간호사가 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여간호사 성적 대상화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의료노조나 간호협회 등 단체에서 비판을 제기해 소속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직종에 대한 존중감을 높인 건 매우 훌륭한 일"이라며 이런 사회적 공론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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