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견제 강화 속 스리랑카 둘러싸고도 신경전

입력 2020-10-07 18:17
수정 2020-10-07 23:44
美, 중국 견제 강화 속 스리랑카 둘러싸고도 신경전

美 "중국 일대일로 사업 불투명"…中 "타국 외교에 간섭"

'중국 외교사령탑' 양제츠 8일 스리랑카 방문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인도와 인접한 스리랑카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7일 스리랑카 주재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앨레이나 테플리츠 주스리랑카 미국대사는 5일 현지매체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테플리츠 대사는 스리랑카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설명한 뒤 "2019년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중국이 자금을 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60% 이상을 중국업체가 맡았고 입찰 과정이 불투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한 일도 봐야 한다"면서 "중국은 지역국가들의 주권을 저해하고 어민들의 생계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스리랑카가 인도 등 지역국가들과 독립된 관계를 맺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남아시아) 지역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의 모든 파트너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플리츠 대사의 인터뷰는 6일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쿼드'(Quad) 4개국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미국이 쿼드의 반(反)중국적 성격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에서는 중국이 투자한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만시설 등이 군사 목적으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스리랑카 주재 중국대사관은 6일 비판성명을 내고 "제3국 대사가 공개적으로 중국과 스리랑카 관계를 이간하다니 놀랍다. 강력한 불만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중국과 스리랑카는 모두 독립된 주권국가로, 자신의 필요와 의사에 따라 타국과 관계 맺을 권리가 있다"면서 "미국이 지도할 필요 없으며, 미국에 그러한 자격이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타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패권주의이자 강권정치"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을 향해 "멋대로 타국을 폭격하고 도처에 군사기지를 만들며, 일방적 제재를 가하면 안 된다. 타국의 정상적인 경제협력을 비방하고 주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면서 "이는 이미 위태로운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만 훼손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은 8~12일 스리랑카를 비롯한 아랍에미리트(UAE)·알제리·세르비아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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