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배웠다"던 트럼프, 연일 코로나19 경시 언행에 비난 여론
퇴원 다음날 "독감보다 덜 치명적"…대유행 이전 언급으로 되돌아가
참모는 "적국에 자신감 보여주려 마스크 벗어"…친정서도 비판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행이 연일 거센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전염병 대유행의 확산 억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하는 듯한 말과 행동으로 대중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고 방역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 이튿날인 6일(현지시간) 코로나19를 독감과 비교해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트윗을 올렸다.
때로는 10만명 이상이 백신에도 불구하고 독감으로 사망한다며 코로나19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독감보다 훨씬 덜 치명적이라고 적은 것이다. 미국에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말로 되돌아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입원 치료를 받고 중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까지 복용했지만 입원 기간에도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취급하는 언행으로 빈축을 샀다.
그는 입원 중이던 지난 4일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차량으로 깜짝 외출하는 돌출행동에 나서 격리 준수사항을 어기고 동승한 경호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또 사흘 만에 퇴원하던 날인 5일에는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하지 말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헬기를 타고 백악관에 복귀한 직후에는 방송사로 생중계되는 장면에서 보란 듯이 마스크를 벗어 양복 주머니에 넣고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지난 4일 "코로나19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 언급은 경각심을 갖게 됐다는 뜻이 아니라 코로나19가 대수롭지 않은 바이러스라는 인식을 강화한 결과가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격리 생활로 백악관에 발이 묶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민주당과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을 지시하고 후임 연방대법관 지명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선을 겨냥한 공세 강화에도 나섰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자신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15일 2차 TV토론을 고대한다는 희망까지 피력했다. 조만간 선거운동에 복귀하겠다는 의향도 드러낸 상태다.
또 전날 가짜 언론의 가짜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 했던 그는 이날 언론을 향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알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공보국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도착 직후 보인 행동에 대해 "이런 순간에 대통령이 자국민은 물론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동맹과 적국에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맹과 적에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행보에 대해서는 친정인 공화당에서조차 비판이 나온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바이러스를 넘어서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에서 빈틈을 보였다며 어떻게 안전하게 지낼지에 관해 혼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언론과 전문가의 반응은 더 싸늘하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배운 교훈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21만명이 넘는 미국인을 희생한 질병에 관한 인식을 바꿨다는 어떤 시사점도 없다"고 적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험은 보통 환자가 활용할 수 없는 약물을 처방받는 등 일반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다며 "일반인이 집에서 혼자 증상에 대처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의 병원 한곳에서 지냈고, 지금도 24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의료팀이 있는 백악관에 있다"고 꼬집었다.
피츠버그대 데이비드 네이스 박사도 "코로나19는 미국인에게 완전한 위협이다. 이것이 현실"이라며 "대부분 국민은 자체 의료팀을 가질 정도로 운이 좋지 않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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