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바다거북 알 불법거래, GPS 내장 '가짜 알'로 잡는다

입력 2020-10-07 06:21
멸종위기 바다거북 알 불법거래, GPS 내장 '가짜 알'로 잡는다

연구팀, 코스타리카 해변에 가짜 거북알 놓고 경로 추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위치 추적 기능이 내장된 '가짜 알'로 바다거북 알의 밀렵과 불법 거래를 추적하는 방법이 연구됐다.

영국 켄트대 연구팀과 환경단체 파소파시피코 등은 GPS(위성위치정보시스템)가 내장된 가짜 바다거북 알이 밀거래 추적에 활용될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 그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소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가짜 알 100여 개를 중미 코스타리카 해변 네 곳의 바다거북 둥지에 심어뒀다.

바다거북은 해안가에 둥지를 만들어 산란하는데 거북이 알을 싹쓸이해 음식 재료 등으로 사고파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바다거북의 멸종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연구팀이 놓아둔 가짜 알 중에서도 4분의 1가량이 다른 진짜 알들과 함께 도난당했다.



연구진은 사라진 가짜 알 중 일부가 보내온 신호를 통해 바다거북 알의 불법거래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짜 알 하나는 인근 주택가에서, 하나는 2㎞ 떨어진 술집에서, 어떤 알은 둥지로부터 137㎞ 떨어진 장소에서 마지막 신호가 확인됐다.

논문 주저자인 켄트대의 헬렌 피지 박사는 "연구 결과 가짜 거북 알이 다른 알들의 부화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불법거래 추적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거북이 알 다수가 인근 지역에 머문 것으로 드러나 불법거래 방지 노력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짜 알 제작에 참여한 환경단체 파소파시피코의 킴 윌리엄스-길런은 미국 TV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와 '더 와이어'에서 경찰이 마약 거래 추적을 위해 GPS 장비 등을 활용하는 장면을 보고 가짜 알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거북 알뿐만 아니라 악어와 앵무새 알, 상어 지느러미 밀거래를 추적하는 데에도 이 기술이 적용되길 기대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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